최원준은 두산의 ‘언성 히어로’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눈에 띄지 않아도 언제나 묵묵히 제 몫을 하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선수를 ‘칭송받지 않는 영웅’이라는 뜻에서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고 흔히 부른다. 올 시즌 최원준이 두산 베어스에 그런 존재다.
최원준은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1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하며 홀드를 수확했다.

최원준은 부담 있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다. 9-1로 앞서던 두산은 6~7회에만 무려 6점을 내주며 2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에 불을 끄기 위해 7회 말 2사 후 최원준을 투입했다.
성공적이었다. 김인환을 1루수 땅볼로 이닝을 정리했다. 이어 8회 초 두산 타선이 4점을 뽑아 힘을 보탰다. 8회 말 다시 올라온 최원준은 하주석을 헛스윙 삼진, 이재원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은 뒤 이도윤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해 세 타자를 돌려세웠다. 덕분에 두산은 13-9로 이기고 6연승을 질주했다.
최근 두산의 상승세에 최원준도 힘을 보태고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가며 불펜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8월에 벌써 11경기나 등판하며 2승 6홀드 평균자책점 2.61(10⅓이닝 3실점)로 선전 중이다.

그런데 최원준은 본래 ‘언성 히어로’와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두산의 ‘토종 에이스’ 노릇을 했다. 특히 2021시즌 29경기 12승 4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커리어 하이’에 도달했다. 그런데 전성기가 길게 가지 못했다. 하지만 2022시즌 후반기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2023시즌부터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타고투저 양상이 겹치며 24경기 110이닝 6승 7패 평균자책점 6.46으로 선발 전환 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팔 각도를 올리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어려워 보였다.
뜻밖의 기회가 왔다. ‘에이스’ 곽빈이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이다. 곽빈이 돌아올 때까지 최원준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여기에 곽빈이 돌아온 뒤에도 5선발 투수들과 콜 어빈의 부진 등으로 자주 선발 등판했다.
성적이 특출나진 않다. 16경기 80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6패 평균자책점 4.57에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심각하게 부진한 것도 아니었고, 선발진이 흔들리는 가운데 로테이션을 지켰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 최원준이 불펜으로 돌아갔다. 고졸 신인 최민석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이며 선발진에 안착해 자리가 가득 찼다. 과거 불펜 경험이 있는 최원준이 보직을 바꿨다. 그리고 현재까지 불펜으로 18경기 16⅓이닝을 소화했다.
추격조로 시작했으나 이달 들어 사실상 필승조에 가까운 역할을 맡고 있다.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몰아서 받지는 않지만, 이번 달에만 6개의 홀드를 쌓으며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 조성환 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치진은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고마운 활약이다.

최원준의 가세로 두산 불펜진에도 숨통이 트였다. 두산은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한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벌써 8개의 블론세이브를 적립했고, 홍건희도 아직 구위가 100%는 아니다. 이병헌과 최지강은 아예 2군 신세다.
그나마 이영하가 건재한 가운데 박치국의 부활, 박신지의 가세 등으로 버텨 왔다. 하지만 42세의 ‘노장’ 고효준이 5월 합류 후 벌써 42경기에 나설 정도로 ‘뎁스’ 문제가 있었는데, 최원준이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부담을 한결 덜었다.
최원준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야 첫 승을 챙길 정도로 유독 승운이 없었다. 그런데 후반기에 구원승만 2번을 따냈고, 19일 한화전에서는 1타자만 상대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어쩌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언성 히어로’에 감복한 ‘야구의 신’이 가호를 내렸을지도 모른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