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SF효과’ 실존하나? 샌프란시스코 떠난 35세 좌타 거포, ‘역수출 신화’ 상대로 2G 연속 대포…‘16G 5홈런’ 펄펄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러다가 ‘탈SF(샌프란시스코)효과’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첫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야스트렘스키는 3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1-2로 밀리던 6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텍사스 선발 투수 메릴 켈리의 3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13호)을 터뜨렸다.

전날(19일) 경기에 이어 연이틀 홈런포를 가동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었던 비거리 405피트(약 123.4m)의 큰 타구였다. 1회 2사부터 무려 15타자 연속 범타를 이어 오던 켈리의 호투를 멈춰 세우고 승리 투수 요건을 날리는 한 방이었다.
야스트렘스키가 발판을 놓으니 다른 타자들도 힘을 냈다. 7회 말 조너선 인디아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 말에는 야스트렘스키가 볼넷을 골라 나간 뒤 바비 위티 주니어의 투런포(18호)가 터졌다. 결국 캔자스시티가 5-2로 이기며 5연승을 질주했다.

인상적인 활약이다. 야스트렘스키는 올해 이정후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1 8홈런 28타점 OPS 0.685로 부진했다. 결국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에 캔자스시티로 보내졌다.
그런데 팀을 바꾼 것만으로 바로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적 후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치더니 8월 16경기에서 타율 0.229(48타수 11안타) 5홈런 8타점 OPS 0.964로 펄펄 난다. 11개의 안타 가운데 9개가 장타일 정도로 완벽히 부활했다.
사실 야스트렘스키는 원래부터 이런 장타력을 갖춘 선수였다. 마이너 시절만 하더라도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인 할아버지 칼 야스트렘스키의 명성과 달리 잠재력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28세의 나이에 뒤늦게 빅리그 무대를 밟더니 107경기에서 홈런 21개를 쳐냈다.

2021시즌에도 25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투수에게 매우 유리한 오라클 파크를 홈으로 매 시즌 20개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컨택에 약점이 있어 OPS가 0.8을 넘긴 적은 2021시즌 이후 없었다.
올해는 OPS 0.7이 무너지며 부진했다. 며칠 후면 35세 생일을 맞는 만큼 ‘노쇠화’로 여겨졌다. 그런데 유니폼을 갈아입고 곧바로 살아나며 평가가 달라졌다.
단순히 ‘구장 탓’을 할 수도 없다. 캔자스시티의 홈인 카우프만 스타디움 역시 오라클 파크 못지않게 홈런 치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야스트렘스키는 이곳에서 7경기 3홈런을 터뜨렸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구단, 특히 코칭스태프의 문제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올해 “강한 땅볼 타구를 날리는 것이 우리 경기장에서는 더 득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홈런이 잘 안 나오는 오라클 파크를 고려한 것이다.
밥 멜빈 감독과 팻 버렐 타격코치도 이 기조를 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팀 평균 속도가 고작 시속 88.8마일(약 142.9km)로 내셔널리그(NL)에서 4번째로 낮을 만큼 타구의 질이 나쁘다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거포들에게도 무작정 땅볼 위주 코칭만 밀어붙이니 팀 타격 전체가 침체에 빠졌다. 팀 타율(0.232)과 팀 OPS(0.683) 모두 NL 15개 구단 가운데 14위다.
이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펄펄 날던 라파엘 데버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오자마자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코치진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었다. 그런데 야스트렘스키가 샌프란시스코를 ‘탈출’한 직후 펄펄 날고 있다. 이 정도면 ‘탈SF효과’라고 불러도 될 지경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