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투수’ 전락한 다저스 우승 영웅, ‘토사구팽’ 괜히 했겠나…‘AL 최하위’ 상대로도 쉽지 않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 LA 다저스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끈 ‘영웅’은 어쩌다 1년 만에 리그 최악의 선발 투수로 전락한 걸까.
보스턴 레드삭스 워커 뷸러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내용은 매우 불안했다. 2회와 4회에 연달아 득점권 위기에 몰린 후 ‘꾸역꾸역’ 실점을 막았다. 끝내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잭슨 홀리데이에게 2루타, 루이스 바스케스에게 볼넷을 내줬다.
투구 수가 75개임에도 보스턴 벤치는 뷸러를 기다려 주지 못했다. 저스틴 윌슨을 투입하며 뷸러의 등판은 끝났다. 윌슨이 승계 주자를 전부 불러들이며 볼티모어가 2-1로 역전했고, 뷸러는 패전 위기에 몰렸다.
그나마 보스턴이 9회에 동점을 만들며 뷸러의 패전이 지워졌지만,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티모어의 4-3 승리로 끝났다. 보스턴은 불펜 7명을 쏟아붓고도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선발 투수가 조금만 더 길게 던졌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LA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뷸러는 한국 팬들에게도 유명한 선수다. 2018시즌 23세의 어린 나이로 선발 로테이션에 정착했고, 2019시즌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함께 원투펀치를 구축해 마운드를 지탱했다.
2021시즌에는 33경기 207⅔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2.47로 호투하고 사이 영 상 투표 4위까지 올랐다. 2019년에 이어 다시 올스타에서 뽑혔다. 뷸러의 나이 불과 26세. 이대로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런데 2022시즌 도중 입은 팔꿈치 부상이 모든 것을 뒤바꿨다. 1년 이상 재활에 매진하고 2024시즌 복귀했으나 전과 같은 ‘포스’는 없었다. 16경기 1승 6패 평균자책점 5.38의 초라한 결과만 남겼다. 부상 전부터 보이던 구속과 구위의 하락이 더 도드라졌다.
포스트시즌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경기는 부진했으나 이후 나올 때마다 호투했다. 하이라이트는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팀의 우승을 직접 완성한 장면이었다. ‘빅 게임 피처’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가을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다저스는 FA가 된 뷸러를 잡지 않았다. 정규시즌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그간의 팀 공헌도와 포스트시즌 활약상에도 재계약을 포기했다. 일부 팬들은 ‘토사구팽’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뷸러는 보스턴과 1년 2,105만 달러(약 301억 원)에 계약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다저스의 판단이 옳았음을 실력으로 드러내고 있다. 뷸러는 22경기 110이닝 7승 7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측정한 뷸러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지난 19일 기준 -1.0이었다. 10경기 이상 등판한 아메리칸리그(AL) 선발 투수 가운데 뒤에서 2위다. 100이닝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뷸러가 ‘최악’이다.
그나마 7월 들어 월간 평균자책점 3.57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이번 등판에서는 현재 AL 동부지구 최하위에 처진 데다 팀 OPS도 AL 10위에 그치는 볼티모어 타선도 넘지 못했다.
뷸러의 나이는 아직 31세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임에도 다저스 시절의 ‘포스’를 잃었다. 팬들에겐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