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점 차로 지는데 정우주 투입, 베테랑 포수는 치명적 실수…엔트리부터 꼬인 한화, 팬들은 천불이 난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4연패도 뼈아프지만, 한화 이글스 팬들이 더 답답해 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 있다.
한화는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9-13으로 졌다. 이로써 4연패에 빠진 한화는 시즌 성적이 65승 3무 46패가 되며 선두 LG 트윈스(70승 2무 43패)와의 격차가 4경기까지 벌어졌다.

애초에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한화는 코디 폰세가 장염 증세로 인해 등판을 뒤로 미뤘고, 문동주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대체 선발 투수로 조동욱 카드를 써야 했다. 두산은 ‘토종 에이스’ 곽빈이 나왔다. 선발 싸움부터 밀렸다.
조동욱이 2⅓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리며 일찌감치 불펜이 가동됐다. 6회에는 주현상이 무려 5점이나 헌납하며 승부가 크게 기울어졌다. 타선이 6~7회 6점을 몰아쳐 2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8회 올라온 박상원이 4점을 내주며 승기가 넘어갔다. 9회 2득점은 의미가 없었다.

연패도 충격적이지만, 한화 팬들의 속을 쓰리게 한 일은 하나 더 있다. 8회 2사 후 박상원을 대신해 최근 한화 불펜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정우주가 마운드에 올랐다. 좋은 구위를 드러내듯 정우주는 9회까지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필승조로 써야 하는 선수, 심지어 고졸 신인이라 관리가 더 필요한 어린 투수를 6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한 것만으로도 뼈아프다.
사실 쓸 투수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조동욱의 강판 이후 이미 5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어제 던진 한승혁과 김서현의 연투를 막으려면 정우주가 남은 이닝을 정리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정우주의 등판이 ‘최선’이 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화의 엔트리 운용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한화는 엔트리 중 13명만 투수에 할당하고 있다. 이날 상대한 두산은 14명이다.

후반기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47로 리그 6위다. 전반기 3.51로 2위였던 것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1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전반기 내내 정해진 불펜 투수 8명 외에 거의 기용하지 않은 탓에 생각보다 피로도도 꽤 쌓인 편이다.
게다가 오늘은 긴 이닝을 던질 수 없는 조동욱이 나오는 날이다. 관리를 위해서라도 투수 한 명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박상원이 내려간 자리에 추가로 콜업한 투수를 내세웠다면 정우주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허인서와 안치홍을 말소하면서 김인환과 황영묵을 콜업, 야수진 교대만 진행하고 투수진은 손대지 않았다. 그 결과 1명으로 끊을 수 있었던 필승조 소모가 2명으로 늘어났다.
한화가 투수 엔트리 13명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포수진의 잔부상이었지만, 이날 허인서를 2군으로 내리며 근거도 사라졌다. 야수진의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지만, 당장 불펜진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우선순위가 다르다.

이런 와중에 아쉬운 수비도 겹쳤다. 6회 대량 실점 과정에는 투수 주현상의 송구 실책이 있었다. 8회에는 이날 합류한 김인환이 포구 실책으로 선두 타자 정수빈을 내보낸 것이 4실점의 발단이 됐다. ‘빅 이닝’마다 실책이 끼어 있었다.
여기에 8회 1사 2, 3루에서는 의아한 판단까지 겹쳤다. 박준순의 타구가 빗맞으며 투수 앞쪽으로 느리게 굴렀다. 3루 주자 양의지가 홈으로 오다가 타구를 보고 멈췄다. 양의지를 쫓으면 실점 없이 아웃 카운트만 늘릴 수 있었다.

그런데 포수 이재원이 양의지를 못 봤는지 박상원을 향해 1루로 던지라고 손을 뻗었다. 멈췄던 양의지는 유유히 홈을 밟았다. 심지어 악송구가 나오며 정작 타자 주자도 1루에서 잡지 못했고, 이는 강승호의 추가 타점으로 이어졌다.
‘만약’은 없다지만, 이 추가 실점이 아니었다면 9회 말 2점 차로 추격해 두산의 필승조를 더 소모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일한 수비로 두산이 투수를 아낄 수 있게 도왔다. ‘총체적 난국’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