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쉰 40세 ‘박찬호 동료’ 아직도 건재하다! 이래서 84억 원 받았네…‘4G 무실점→402일 만의 승리’ 소방수 역할 제…

[SPORTALKOREA] 한휘 기자=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40세 노장 투수가 반년을 쉬고 왔음에도 적잖은 돈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로버트슨은 4-4 동점 상황이 이어지던 8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미치 가버를 투수 땅볼로 잡았고, 이어 호르헤 폴랑코와 J.P. 크로포드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본인의 손으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전부 올렸다.

분위기를 휘어잡은 로버트슨의 호투에 타선이 응답했다. 8회 말 J.T. 리얼뮤토가 시애틀 필승조 맷 브래시를 공략해 앞서나가는 투런 홈런(9호)을 터뜨린 것. 리드를 잡은 필라델피아는 마무리 투수 요안 두란을 9회 투입에 6-4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덕분에 로버트슨은 시즌 첫 승리로 오늘의 좋은 투구 내용을 보답받았다. 통산 865번째 경기에서 거둔 통산 67호 승리.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던 지난해 7월 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402일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많은 경기 수에서 보이듯 로버트슨은 오랜 기간 MLB 무대를 누빈 베테랑이다. 1985년생으로 만 40세다. 현재 MLB에서 유일하게 현역 로스터에 포함된 1985년생 선수다. 로버트슨보다 나이가 많은 현역 선수는 거의 없다.
그런 로버트슨이지만, 하마터면 현역 생활이 끊길 뻔했다.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FA 시장에 나왔으나 새 팀을 구하지 못했다. 반년 넘게 쉬다가 지난 7월 22일에야 필라델피아와 사인해 3년 만에 필리스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실전 공백이 길었음에도 로버트슨의 명목상 연봉은 무려 1,600만 달러(약 223억 원)다. 실제로는 남은 시즌 기간에 비례해 돈을 받으므로 실수령액은 600만 달러(약 84억 원) 전후다. 그럼에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로버트슨은 실력으로 증명하는 중이다. 8월 1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다소 불안했으나 홀드를 수확했다. 이를 시작으로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로버트슨의 안착은 필라델피아에도 정말 큰 힘이 된다. 전반기 필라델피아는 ‘불펜난’에 시달렸다. 마무리 투수 호세 알바라도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나마 징계 자체는 곧 끝나지만, MLB 규정상 약물 규정 위반 징계를 받은 선수는 그해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가하다. 필라델피아는 현재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선두. 알바라도 대신 가을을 책임질 선수가 필요했다.
기존 불펜 투수들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7월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4.48로 NL에서 4번째로 높았다. 이에 마무리 투수 요안 두란과 함께 로버트슨을 영입했는데, 그 결과 필라델피아의 8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3.33으로 NL에서 4번째로 낮다. ‘환골탈태’했다.


이렇게 필라델피아의 ‘소방수’ 역할을 해내는 로버트슨은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있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던 2010년 박찬호와 함께 불펜진에서 활약한 기억이 있다. 당시 박찬호는 산전수전 다 겪은 37세의 고참, 로버트슨은 25세의 패기 넘치는 영건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의 시간이 흘러 박찬호는 물론이고 당시 양키스 로스터에 있던 선수들은 전부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단 한 명, 숙성된 와인처럼 품격 있는 투구로 여전히 본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로버트슨만 제외하고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