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을 걸 그랬나 봐’ MLB 38승 투수 또 흔들렸다, 9연패 수렁 빠진 롯데…10승 투수 내보냈다가 ‘저주’라도 걸렸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9연패만큼 롯데 자이언츠에 뼈아픈 사실은 메이저리그(MLB) 38승 투수가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 빈스 벨라스케즈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1회부터 안타 2개를 맞고 득점권 위기에 놓이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1사 후 문보경과 김현수를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고, 2회와 3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정리하면서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타순이 2바퀴째 돌기 시작하니 LG 타자들이 벨라스케즈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4회 초 2사 후 김현수의 볼넷 출루에 이어 오지환이 우중간 2루타로 김현수를 불러들였다.
흔들린 벨라스케즈는 5회에도 안타와 볼넷,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문성주의 중전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추가 실점을 헌납했다. 이어 오스틴 딘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위기가 길어졌지만, 다행히 문보경의 타구가 2루수 직선타가 되고 2루 주자까지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벨라스케즈는 0-3으로 밀리던 6회부터 불펜진에 배턴을 넘겼다. 롯데가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2-5로 지면서 벨라스케즈의 패전이 기록됐다. 시즌 2패째다.
영입 당시 기대치와는 꽤 다른 결과다. 롯데는 다소 부족한 이닝 소화력과 안정감을 이유로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고 벨라스케즈를 영입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상당한 ‘빅 네임’이 롯데와 계약하며 화제를 모았다.
201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한 바 있다. 통산 191경기(144선발) 763⅔이닝을 던지며 38승 51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계약했으나 트리플A에서만 뛰었다. 성적은 18경기 81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였다. 볼넷이 50개로 많긴 했으나 비교적 타고투저에 가까웠던 점, 탈삼진이 95개에 달한 점 등이 긍정적이었다.


다만 영입 당시부터 부상 이후 구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그럼에도 그간의 이력 때문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현재까지는 매우 실망스럽다. 1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치른 데뷔전에서 3이닝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전혀 압도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날 패배로 벨라스케즈의 시즌 성적은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9.00(8이닝 8실점)이 됐다. 13개에 달하는 피안타가 문제다.
KBO리그 적응기를 갖고 있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롯데가 바라던 것은 적응기 없이 리그에 안착해 곧바로 좋은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적응기가 길어지면 데이비슨을 방출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이미 일부 여론은 데이비슨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데이비슨은 올해 22경기 123⅓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고별전’이 된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물론 6월 이후 다소 흔들리면서 이닝 소화력에 문제를 드러낸 만큼, 더 압도적인 투수를 원하는 롯데 구단의 판단도 타당한 근거는 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데려온 벨라스케즈가 이런 모습만 반복한다면 데이비슨을 그리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데이비슨이 승리 투수가 된 6일 KIA전 이후 타선의 심각한 부진과 함께 10경기에서 1무 9패를 기록 중이다. 20년 만의 9연패라는 굴욕 속에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상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