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도 탈출이 답?’ 샌프란시스코 떠난 35세 외야수, ‘OPS 0.905’ 대폭발! “버렐 감옥에서 잘 도망쳤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마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빨리 ‘탈출’하라는 듯한 맹타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리드오프 홈런’이 인상적이었다. 1회 말 텍사스 선발 투수 잭 라이터의 5구 가운데로 몰린 싱커를 통타했다. 우중간으로 큼지막하게 뻗은 타구는 그대로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시즌 12호 홈런.
시속 107.7마일(약 173.3km)의 ‘총알 타구’였다. 발사각도가 23도로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412피트(약 125.6m)라는 상당한 비거리가 기록됐다. 드넓기로 유명한 카우프만 스타디움을 넘기기에 충분했다. 야스트렘스키의 홈런에 힘입어 팀도 4-3으로 이겼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칼 야스트렘스키의 손자인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었고, 얼마 전 캔자스시티로 이적하기 전까지 함께 외야를 책임졌다.
2019년 28세의 나이로 늦게 데뷔해 곧바로 21개의 홈런을 치며 눈길을 끌었다. 투수에게 유리한 오라클 파크에서 30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1시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OPS가 0.8을 상회한 적이 없다.
야스트렘스키는 다음 주면 35세 생일을 맞이한다. 노쇠화를 피하지 못했는지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에서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1 8홈런 28타점 OPS 0.685로 부진했다. 결국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에 캔자스시티로 이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 팀을 찾자마자 귀신같이 부활했다. 이적 후 첫 타석부터 홈런을 신고하더니 15경기에서 타율 0.222(45타수 10안타) 4홈런 7타점 OPS 0.905로 펄펄 날고 있다. 10개의 안타 가운데 4개는 홈런, 4개는 2루타다. 전체 안타의 80%가 장타다. 샌프란시스코 시절에 비해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오라클 파크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오라클 파크만큼은 아니어도 비교적 투수에게 유리한 편이다. 특히 경기장이 워낙 넓어 홈런이 굉장히 드물게 나온다. 그런데 야스트렘스키는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6경기 만에 홈런 2개를 터뜨렸다.
그렇다면 구장의 문제가 아니라 이적 이후 야스트렘스키의 기량이 급격히 향상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를 두고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의 지도 방식이 문제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지난 7월 25일 “인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강한 땅볼 타구를 날리는 것이 우리 경기장에서는 더 득이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 코치 역시 이러한 기조를 따라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심각한 빈공으로 돌아왔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팀 타격 성적은 타율 0.233 OPS 0.685로 두 부문 모두 내셔널리그(NL)에서 2번째로 낮다.

타구의 질을 향상할 생각은 안 하고 무작정 구장에 맞춰 땅볼만 늘리려고 선수들을 지도하다 보니 본연의 장점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맹타를 휘두르던 라파엘 데버스가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부진에 빠지며 코치진이 의심을 사는 상황. 그런데 이 타이밍에 야스트렘스키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자마자 홈런을 뻥뻥 때려내면서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문제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샌프란시스코 팬은 야스트렘스키의 활약을 두고 “버렐 감옥에서 탈출했다”라며 자조적인 평가를 남겼다. 만약 야스트렘스키의 경기력이 ‘플루크’가 아니라면,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