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7승이라니’ 말도 안 되는 불운…‘ERA 2.16’ 사이 영 1순위 에이스, ‘AL 최강팀’ 제압하고도 못 이겼…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아직도 7승이다. 26경기나 나왔는데 7승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잘 던지는 데 7승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폴 스킨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등판은 일종의 ‘시험대’였다. 스킨스는 이달 3번의 등판 가운데 6이닝 이상 소화한 적이 1번뿐이다. 나머지 2경기에서는 도합 9이닝 8실점으로 부진하며 한창 좋을 때의 ‘포스’를 잃었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그런 와중에 현재 아메리칸리그(AL) 승률 1위를 달리는 토론토를 만났다. 이번 경기에서 잘 던지지 못하면 남은 시즌 내내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2회 흔들리더니 3회 2점을 내주며 걱정이 더 커졌다. 하지만 스킨스는 스킨스였다. 4회 초 세 타자를 전부 뜬공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5회에는 볼넷 하나를 내줬으나 삼진 2개를 묶어 나머지 타자들을 잘 정리했다.
6회에도 세 타자를 삼진 하나를 포함해 삼자범퇴 처리한 스킨스는 7회부터 불펜진에게 배턴을 넘겼다. 스킨스가 토론토의 강타선을 틀어막은 덕에 피츠버그는 동점인 채로 불펜 싸움을 걸 수 있었고, 결국 7~8회에 3점을 뽑아 5-2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발판을 놓은 스킨스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결과적으로 2-2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에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하고도 승리를 쌓지 못한 것이다.
사실 스킨스의 불운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4월까지만 해도 그냥 살짝 승운이 모자란 정도였다면, 5월부터는 리그 전체에서 가장 운이 없는 투수라고 불러도 좋을 지경에 이르렀다.
스킨스는 4월 26일 LA 다저스전에서 시즌 3승을 거뒀다. 그리고 4승까지 1달이 더 걸렸고, 5승까지는 그로부터 두 달이 더 필요했다. 5월 이후 15경기에서 스킨스는 2승 6패라는 처참한 승패 마진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스킨스가 못 던진 것도 아니다. 시즌 5승 달성 시점에서 스킨스는 21경기 127이닝 평균자책점 1.91 137탈삼진으로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5월 이후 15경기 기준으로는 평균자책점이 1.71까지 내려간다.

그나마 5승 달성 이후 막힌 혈이 뚫렸는지 3경기 연속으로 QS를 달성하고 승수를 쌓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토전에서는 무난히 QS를 기록하고도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며 불운이 재발할 기미가 보인다.
스킨스의 올해 QS 달성 횟수는 16번이다. 그 가운데 9번이나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반대로 QS 달성에 실패하고도 승리를 챙긴 경기는 아예 없다. 내셔널리그(NL)에서 2번째로 적은 득점 지원(9이닝당 3.21점)이 주된 원인이다.

이런 탓에 스킨스는 올 시즌 26경기 154이닝 평균자책점 2.16 174탈삼진으로 호투하고도 승패 기록은 단 7승 9패로 승보다 패가 많다.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 NL 탈삼진 3위를 달리며 NL 사이 영 상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선수가 이렇게나 운이 없다.
스킨스가 지금 페이스대로 시즌을 마치면 9~10승을 달성하게 된다. 자칫하다가는 한 자릿수 승리로 사이 영 상을 받는 ‘전대미문’의 기록이 나올 판이다. 이는 21세기 MLB 대표 ‘불운의 아이콘’이던 2018년 제이콥 디그롬(당시 뉴욕 메츠, 32경기 10승 9패 평균자책점 1.70)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