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도 아니고…’ 라이벌 이겨놓고 최하위한테 지는 ‘의적’ 다저스, ‘4516억’ 야마모토 호투도 무용지물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구 선두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 팀을 ‘3전 전승’으로 제압하고는 최하위 팀에게 졌다. 참으로 모범적인 ‘의적 행동’이다.
다저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3-4로 졌다.
이길 뻔한 경기였기에 아쉬움이 짙었다. 다저스는 2회 초 달튼 러싱의 희생플라이와 오타니 쇼헤이의 적시타로 먼저 2점을 뽑았다. 3회 말 라이언 리터에게 동점 2타점 적시타를 내줬지만, 6회 초 알렉스 프릴랜드의 1타점 2루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그런데 호투하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7회 말 에세키엘 토바르에게 뼈아픈 동점 솔로 홈런(7호)을 맞고 말았다.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며 불펜 싸움이 펼쳐졌고, 다저스가 밀렸다. 9회 말 저스틴 로블레스키가 1사 2루에서 워밍 베르나벨에게 끝내기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 패배로 다저스의 시즌 성적은 71승 54패(승률 0.568)가 됐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69승 56패)가 이날 졌기 때문에 다저스가 이겼다면 승차를 3경기로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콜로라도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보통 콜로라도 원정에서 질 때는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주 원인이 된다. 마운드가 무너지며 경기를 내주는 패턴이 많다. 그런데 이날은 야마모토가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타선이 득점권에서 11타수 2안타로 부진한 것이 패인이 됐다.
콜로라도는 이 승리를 포함해도 올 시즌 성적이 36승 89패(승률 0.288)에 불과한 팀이다. 당연히 MLB 전체에서 가장 승률이 낮다. 그나마 최근 들어 상승세라고는 하나 다저스가 잡아 줘야 하는 팀인데, 오히려 4연승의 제물이 됐다.

재밌는 점은, 다저스는 불과 전날까지 자신들과 선두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난적’ 샌디에이고를 ‘참교육’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기준 다저스는 68승 53패를 기록, 69승 52패의 샌디에이고에 1경기 차로 밀린 2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16일부터 홈에서 샌디에이고와 3연전을 치렀다. 놀랍게도 결과는 다저스이 ‘스윕’. 3경기를 모두 잡고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런 난적을 깔끔히 잡아놓고 전미 최약체 팀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속된 말로 ‘의적 행동’이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사실 다저스는 이달 들어 유독 ‘강강약약(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함)’ 면모를 심하게 드러냈다. 샌디에이고와의 3연전 직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LA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에서 스윕패를 당했다.
그런데 그 직전에는 현재 아메리칸리그(AL) 승률 1위를 달리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정작 그전에 만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는 1승 2패 ‘루징 시리즈’에 그쳤다. 세인트루이스 역시 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 등에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기한 상황.

유일하게 이달 초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3연전만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며 ‘약자 멸시’에 성공했다. 그런데 탬파베이는 내년까지 바라본 ‘장기 윈나우’를 실행 중이다. 마냥 약자로 보기도 애매하다.
이쯤 하면 8월의 다저스는 홍길동도 울고 갈 미대륙 최고의 의적이라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포스트시즌에서 이런 면모가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남은 정규시즌에는 조금 자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