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억울하다! ‘최악 수비’ 이정후 동료, 홈런→수비 방해 ‘정당 번복’에도 ‘십자포화’…‘양치기 소년’ 효과인가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제는 정당한 판정에도 비난을 받는 그 선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엘리엇 라모스다.
라모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리드오프 홈런’(15호)을 작렬하며 산뜻하게 경기를 출발했다. 그런데 정작 라모스가 주목받는 상황은 따로 있었다. 수비였다.

2회 초 선두 타자 잰더 보가츠가 좌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이를 쫓던 라모스가 펜스 앞에서 점프하면서 팔을 뻗었다. 하지만 공은 글러브를 맞고 담장 너머 관중석에 떨어졌다. 홈런이 선언됐다.
그런데 라모스는 심판 쪽을 향해 무언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관중석을 번갈아 쳐다봤다. 수비 과정에서 관중의 방해가 있었다는 뉘앙스였다.

심판진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고, 판정이 번복됐다. 관중의 수비 방해에 따른 아웃이 선언됐다. 이에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임스 호이 주심에게 항의하다가 퇴장 처분을 받았다.
경기가 샌프란시스코의 4-3 1점 차 승리로 끝나며 이 상황이 더 화두에 올랐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이 타구가 홈런이 됐다면 경기는 최소 동점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라모스가 포구하지 못한 것을 두고 괜히 관중 탓을 한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샌디에이고 팬들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팬덤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왔다. 가히 ‘십자포화’를 당했다.
사실 정말로 수비 방해 판정이 나올 상황이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분명 관중이 팔을 뻗은 것은 맞지만, 리플레이 상으로는 타구가 관중에 굴절됐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만약 굴절이 없었다면 순전히 라모스가 공을 아쉽게 못 잡은 것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건은 라모스가 억울한 것이 맞다. MLB 야구 규칙 제6조 1항에 따르면, 관중이 펜스 등의 경계선을 넘어 야수가 공을 잡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관중 수비 방해에 따라 아웃이 선언된다. 이는 공이 관중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적용된다.
따라서 이번 상황에서도 공이 관중의 팔에 맞지 않았더라도 팔이 펜스를 넘어선 상태라면 수비방해가 선언될 수 있다. 리플레이를 보면 관중의 팔이 한순간 담장을 넘어온 것으로 보이기도 하니, 판정 번복이 옳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라모스의 수비를 탓하는 이유는 그가 올 시즌 좌익수 자리에서 너무나도 불안한 수비를 선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모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좌익수 자리에서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 -9, FRV(수비 득점 기여) -10을 기록했다. 올해 500이닝 이상 소화한 MLB 모든 좌익수 가운데 가장 지표가 나쁘다.
7월 2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의 타구 판단 실수로 인한 2루타 헌납, 8월 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의 ‘험블’, 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나온 ‘패대기 송구’까지 후반기 들어 실수가 더 늘었다.
결국 ‘양치기 소년’처럼 라모스 본인이 억울할 상황임에도 팬들이 믿어주지 않는 지경까지 이른 셈이다. 비록 오늘의 일은 라모스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라모스가 수비력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드러냈다.

사진=MLB.com 홈페이지 하이라이트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