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만의 신기록’ 최하위 팀에 이런 에이스가 있다니…‘8이닝-6이닝-7이닝-7이닝’ 그런데 단 4점만 줬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종종 리그 최약체 팀에 최고의 선수가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올해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그렇다.
볼티모어 트레버 로저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위력적이었다. 로저스는 1회와 2회 각각 1명씩 주자를 내보냈으나 실점 없이 정리했다. 3회에는 경기 첫 삼자범퇴를 달성했고, 4회에는 안타 하나를 내줬으나 역시나 실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5회와 6회를 연달아 삼자범퇴로 정리한 로저스는 7회에 고비를 맞았다. 1사 2, 3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제런 듀란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무실점 행진이 깨졌다. 하지만 세단 라파엘라를 삼진으로 잡으며 불이 더 번지지 않았다.
임무를 마친 로저스는 팀이 4-1로 앞선 가운데 불펜진에게 배턴을 넘겼다. 볼티모어가 6-3으로 이기며 로저스는 시즌 6승(2패)째를 챙겼다.

로저스의 올 시즌 성적은 경이롭다. 12경기 76⅓이닝을 던지며 6승 2패 평균자책점 1.41이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12경기 가운데 무려 10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다. 3실점 이상 내준 경기는 6월 19일 탬파베이 레이스전(2⅓이닝 3실점)이 유일하다.
세부 내용은 더 빼어나다. 7이닝 이상 던지며 3자책점 이하로 막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도 5차례 있다. 그 가운데 8이닝 넘게 소화하고 1자책점 이하로 막은 ‘도미넌트 스타트’가 2번이다.
이번 호투로 로저스는 시즌 첫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 미만을 기록한 볼티모어 역사상 최초의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1954년 호이트 윌헬름이 기록한 1.50이었다. 로저스가 이를 71년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아울러 로저스는 8경기 연속으로 6이닝 이상 투구하며 모든 경기를 2실점 이하로 마무리했다. 이 역시 1978년 짐 파머 이후 47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매 경기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렇게 호투를 펼치는 로저스지만, 커리어가 순탄하진 않았다. 2020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데뷔한 로저스는 팀 최고의 좌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고, 이듬해 25경기에 등판해 7승 8패 평균자책점 2.64로 호투해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그런데 하락세가 너무 일찍 찾아왔다. 2022시즌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급증했고, 2023시즌에는 4경기만 뛰고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에는 평균 시속 93~94마일(약 150~152km)을 오가던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91.9마일(약 147.9km)까지 떨어졌다.

이런 탓에 지난해 후반기에 트레이드로 볼티모어로 합류한 후 평균자책점 7.11(19이닝 16실점 15자책)을 기록할 정도로 무너졌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그에게 기대를 거는 팬은 얼마 없었지만, 보란 듯이 부활하며 데뷔 초 보여준 재능을 다시금 발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저스가 살아난 올해 볼티모어는 투수진이 와르르 무너지며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2위였던 것이 무색하게 지구 최하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하는 로저스 덕에 볼티모어도 차기 시즌을 향해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