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실패작’ 속단은 이르다! KBO 역대 3번째 기록 이끈 ‘KKK’…통산 17경기 투수의 의미 있는 첫 세이브

[SPORTALKOREA] 한휘 기자= 2년 넘게 받아 온 ‘트레이드 실패작’이라는 악평을 드디어 떨쳐내는 걸까.
두산 베어스 김정우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정우는 팀이 4-1로 역전한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필승조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지만, 두산이 주말 시리즈 내내 불펜진을 많이 소모한 탓에 나올 선수가 마뜩찮았다. 결국 최근 구위가 괜찮던 김정우에게 중책을 맡겼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선두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5구 만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박민까지 4구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끌어내 재차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태군에게 솔로 홈런(5호)을 맞고 2점 차 추격을 허용했으나 김정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호령을 4구 만에 다시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아웃 카운트 3개를 전부 삼진으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4-2 승리를 거둔 두산은 지난 14일 시작된 연승 행진을 4경기로 늘렸다. 두산이 4연승을 달린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시즌 성적도 49승 5무 59패(승률 0.454)로 좋아졌다. 후반기 기록만 보면 13승 2무 10패(승률 0.565)로 리그에서 2번째로 승률이 높다.
김정우는 이번 세이브로 진기록도 달성했다.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하고 그다음 날 곧바로 데뷔 첫 세이브까지 달성한 KBO리그 역대 3번째 선수가 된 것이다. 2003년 안영명(당시 한화 이글스) 이후 22년 만에 나온 기록이며, 두산 선수 가운데는 2000년 이혜천 이후 처음이다.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김정우는 1999년생으로 올해 만 26세다. ‘유망주’치고는 나이가 다소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통산 1군 출전이 17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좋은 구위를 갖춘 기대주로 꼽혔으나 2019년 1경기에 등판한 것이 SK에서 김정우가 남긴 유일한 1군 기록이었다.
상무를 다녀온 후로도 2군에서만 뛰던 김정우는 2023년 5월 25일 강진성과의 맞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지난 2시즌 도합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86(7이닝 10실점)으로 부진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호투했으나 1군의 벽을 넘지 못했다.

SSG로 넘어간 강진성이 짧게나마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두산이 잘못 영입했다는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의 판단은 달랐다. 이미 영입 당시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에 좋은 자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을 들여 기량을 다듬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봤다.
결국 올 시즌 들어 평가를 뒤집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나 1군 8경기에서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23(10⅓이닝 7실점 6자책)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KIA와의 2경기에서 최고 150km/h의 속구를 뿌리며 필승조로 성장할 자질을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다. 16일 경기에서는 8회를 실점 없이 막았고, 17일에는 삼진 3개를 잡아내며 세이브를 챙겼다.
두산은 불펜의 핵심이었던 김택연과 이병헌, 최지강 등이 지난해 무리한 여파인지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다행히 여러 ‘뉴 페이스’들이 그 자리를 조금씩 메워나가는 가운데, 김정우도 이 대열에 합류해 두산 특유의 ‘화수분 야구’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