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선배한테 협박당하고, 시즌 통으로 날리고…우여곡절 많았던 두산 00년생 우완이 드디어 날개를 핀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어린 나이에도 고생스러운 커리어를 보내던 두산 베어스의 우완 유망주가 역경을 딛고 드디어 날개를 피는 걸까.
두산 제환유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이라 그런지 초반에는 흔들렸다. 1회부터 1사 1, 3루 위기를 맞은 뒤 최형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이어 나성범과 패트릭 위즈덤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에 조성환 감독대행이 마운드를 찾아 제환유를 다독였다. 이것이 힘이 됐을까, 제환유는 오선우를 2루수 땅볼로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호투가 이어졌다. 2회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정리했다.
3회 1사 후 김선빈에게 다시 안타를 내줬으나 이번에는 실점하지 않았다. 이어 4회와 5회를 연달아 삼자범퇴로 정리하면서 8타자 연속 범타 행진과 함께 임무를 마쳤다. 6회부터 박신지가 배턴을 넘겨 받았다.
0-1로 밀리던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갔기에 패전 투수가 될 뻔했다. 하지만 타선이 8회 말에만 4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해 제환유의 패전이 지워졌다. 두산도 4-2로 이기며 제환유의 호투도 빛을 봤다.

이날 호투한 제환유는 아직 1군 출전이 4경기에 불과한 선수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9순위라는 낮지 않은 순번에 지명됐지만, 아직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흔치 않은 성씨와 이름이 팬들 사이에 더 알려졌다.
빠르게 군 복무를 마치고 2022년 선수단에 돌아왔으나 퓨처스리그에서도 별 활약이 없었다. 2023년 10월 11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1군 데뷔전에 나섰으나 2이닝 4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기대치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느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퓨처스리그에서 단 2경기만 소화하고 시즌을 접었다. 오재원 마약 투약 사건에서 대리 처방을 해 준 8명의 현역 선수 가운데 제환유가 있었다. 사건 조사를 위해 구단 자체적으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다행히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며 일이 더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오재원은 마약 투약과 함께 보복 폭행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2월 항소심 공판 결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선후배 위계를 활용해 후배 선수들을 협박했다는 증언이 받아들여졌다.
오재원의 협박에 제환유는 귀중한 1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다행히 강압성, 자진 신고, 구단 자체 출장 정지 등을 고려해 KBO에서는 사회봉사 징계만 내리며 제환유의 커리어가 그대로 끊기지는 않았다.

절치부심한 제환유는 미야자키 교육 리그에 참여하며 기량을 가다듬었다. 이어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 평균자책점 2.96(51⅔이닝 20실점 17자책)으로 호투해 1군의 부름까지 받았다.
그간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부진했던 것과 달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0km/h에 육박할 만큼 공에 힘을 붙였다. 이에 최민석 대신 대체 선발로 낙점됐고, KIA 타선을 꽁꽁 묶으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제환유는 이날 경기 후 구단 유튜브 ‘BEARS TV’를 통해 “입단 후 처음으로 팀 승리에 1%라도 보탬이 돼 너무 기쁘다”라며 “(조성환 대행이) 1회에 많이 흔들리니까 올라오셔서 ‘네가 좋은 선수니까 여기서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해 주셔서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환유의 올해 1군 성적은 3경기(1선발) 평균자책점 2.57(7이닝 2실점)이 됐다. 경험을 더 쌓으면 향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노려봄 직하다는 호평을 듣는다. 역경을 딛고 성장 중인 제환유가 두산 마운드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까.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뉴시스, 유튜브 'BEARS 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