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불펜진 불안한 한화, ‘투수 13명’ 엔트리가 정말 정답일까…야수진 컨디션도 걱정이지만, 당장 문제는 ‘마운드’

[SPORTALKOREA] 한휘 기자= 과연 현재 한화 이글스의 상황 속에서 투수 엔트리 13명을 유지하는 것이 정답인 걸까.
한화는 17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4-9로 졌다. 이 패배로 한화는 시즌 성적이 65승 3무 44패(승률 0.596)가 되며 6할 승률이 무너졌다.

내용도 좋지 않았다. 1회부터 야수진이 3번이나 실책을 범했다. 흔들린 선발 투수 황준서는 1⅔이닝동안 7실점이나 내주고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의 계획이 전부 꼬여버렸고, 큰 힘을 쓰지 못한 채 경기를 내줬다.
황준서가 너무 일찍 내려가면서 불펜 운용이 꼬인 것도 문제다. 경기가 크게 기울어진 상황임에도 정우주와 조동욱이 3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김범수와 김종수도 적잖은 투구 수를 기록했다. 그나마 박상원과 한승혁이 휴식을 취했고, 다음날이 월요일인 것이 다행이었다.

다만 이미 크게 밀린 경기에서도 중요한 투수 자원이 소모되면서 한화의 엔트리 운용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한화는 현재 13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포함하고 있다. 5명의 선발 투수를 제외하면 계투 자원은 8명이다.
지난 17일 엔트리 기준으로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은 13명, 나머지 5개 구단은 14명을 기용 중이다. 한화는 비교적 적은 편에 들어가지만, 불펜진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다. 야수진에 한 자리를 더 배정해 교체 기용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전반기의 한화가 이를 잘 지켰다. 평균자책점 1위의 선발진(3.38)도 훌륭했지만, 이들의 뒤를 받치는 불펜진도 탄탄했다. 평균자책점 3.51로 2위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선발 투수들이 이닝을 잘 책임진 덕에 소화 이닝은 단 305이닝으로 리그에서 2번째로 적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후반기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22로 급격히 올랐다. 리그 순위표에서 봐도 10개 구단 가운데 6위에 그친다. 이달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자책점 4.71로 리그에서 2번째로 평균자책점이 높다. 불펜 투수들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 징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실 전반기부터 한화는 2군 불펜 투수들을 기용하는 데 인색한 편이었다. 전반기에 1군에서 10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 투수가 단 8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었다. 사실상 엔트리에 포함된 8명의 구원 투수를 변동 없이 계속 썼다는 의미다.

불펜 부담은 후반기 한화가 5선발 문제에 시달리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황준서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25(5⅓이닝 14실점 12자책)로 무너졌고, 이에 엄상백이 다시 기회를 잡았으나 9일 LG전에서 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5선발 투수들이 이닝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5일에 한 번은 불펜을 대거 소모해야 하는데, 투수 엔트리를 13명으로 유지하는 것이 맞냐는 의견이 나온다.

2군에서 올려다 쓸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베테랑 이태양은 퓨처스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36(33이닝 5실점)으로 호투 중이다. 항상 ‘만능키’ 역할을 했던 장민재도 꾸준히 공을 뿌리고 있다. 이 외에도 윤대경, 배동현, 이민우, 윤산흠 등 1군 경험이 있는 선수가 꽤 있다.
이마저도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젊은 투수들을 배제한 것이다. 만약 ‘최후의 카드’로 이들을 1군 불펜으로 끌어다 쓴다면 가용 자원 자체는 더 늘어난다.

사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한화는 베테랑 포수 최재훈과 이재원 모두 잔부상을 안고 있어 3포수 체제를 가동해야만 한다. 야수진의 컨디션 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라 야수 엔트리를 맘 놓고 줄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한화의 순위경쟁을 이끄는 요인, 관리가 시급한 자리 모두 ‘마운드’다. 백업 야수 한 명을 줄여서라도 마운드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는 한화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