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포기→독립 리그→1군 입성→40경기 무실점’ 日 역사상 ‘유일무이 드라마’ 이어진다…WBC서 만날 가능성 ‘↑’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일본 역사상 유일무이한 ‘드라마’를 쓴 우완 투수가 일본 신기록을 세우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신 타이거스의 우완 투수 이시이 다이치는 17일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2025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시이는 팀이 3-1로 앞선 8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이즈구치 유우타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오카모토 카즈마에게 유격수 쪽 내야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트레이 캐비지를 삼진, 키시다 유키노리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무실점으로 임무를 수행한 이시이는 홀드를 수확했다. 이어 9회 올라온 마무리 투수 이와자키 스구루가 2점 차 리드를 지키며 한신의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시이의 이날 등판은 단순한 등판 1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시이는 지난 13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경기에서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39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성하며 2006년 한신의 ‘전설’ 후지카와 큐지의 기록을 넘어 센트럴 리그 최다 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새로 썼다.
만약 이날도 실점을 기록하지 않으면 2021년 타이라 카이마(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를 넘어 NPB 역사상 최초로 40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시이는 ‘숙적’ 요미우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신기록을 완성했다.

이시이는 인생 그 자체가 드라마인 인물이다. 중학교 시절까지는 야구 선수로 활동했으나 야구를 그만 둘 생각으로 5년제 전문학교인 아키타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교 시절에도 야구부 활동을 이어 갔지만, 야구보다는 이공계 취직에 훨씬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여러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야구라는 첫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스카우트를 거절하고 프로야구 선수로 목표를 바꾼 이시이는 2018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일본 독립리그인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플러스 드래프트에서 고치 파이팅독스에 지명됐다.
고교 시절 최고 137km/h 정도의 구속이 나왔지만, 독립리그에서 훈련을 거치며 구속이 150km/h를 넘나들 정도로 향상됐다. 독립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한 끝에 2020년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에 한신의 지명을 받았다.

독립리그 경험이 헛되지 않았는지 입단 첫해부터 1군 데뷔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시이는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NPB에 데뷔한 일본 야구 사상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인간승리’ 그 자체였다.
놀랍게도 이시이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었다. 2시즌 간 경험을 쌓은 이시이는 2023년 1군 정규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전문학교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1군 승리를 기록하는 등 44경기 40이닝 1승 1패 19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호투해 한신의 38년 만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56경기 48⅔이닝 4승 1패 1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1.48로 더 발전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올해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고 일본 신기록까지 세웠다. 이시이의 올 시즌 성적은 43경기 43이닝 1승 6세이브 30홀드이며, 자책점을 단 1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0.21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최고의 셋업맨으로 자리매김한 이시이는 지난 3월 일본이 네덜란드와 진행한 야구 국가대표 친선전을 통해 처음 대표팀 유니폼도 입었다. 현재 분위기라면 내년 초 열리는 WBC에서 우리나라를 상대로 마운드에 설 것이 유력하다.

사진=한신 타이거스 공식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고치 파이팅독스 공식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