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방망이가 아이스팩 된 롯데, 잘못하면 ‘DTD’ 악몽 반복…오늘도 지면 김태형 체제 최악 기록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아무리 더워도 야구 선수라면 방망이를 차게 식혀 냉방 기구 대신 써서는 안 된다.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1-4로 졌다. 이 패배는 롯데를 8연패의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초반부터 선발 투수 박세웅이 3점을 내주며 경기가 꼬였다. 타선은 득점권 기회를 연이어 놓치며 제때 추격하지 못했다. 5회 말 고승민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갔으나 그게 다였다. 8회 말 2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으나 득점에 실패하며 흐름이 끊겼고, 9회 초 구자욱의 솔로 홈런(14호)이 나오며 사실상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8연패라는 기록 자체도 충격이지만, 올해 최다 연패가 3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안 좋은 흐름을 빠르게 끊어내던 롯데라 더욱 타격이 크다. 지난해 4월 9일~17일 이후 처음으로 8경기 연속으로 경기를 내줬는데, 한 번만 더 지면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최장 연패 기록을 깨게 된다.
야수진의 집단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7월까지 롯데 타선은 팀 타율 1위(0.279), 팀 OPS 3위(0.742), 팀 타점 3위(463타점), 팀 득점 3위(495득점)에 올랐다. 홈런이 리그에서 가장 적었음에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966개)와 2루타(181개)를 앞세워 제 몫을 했다.

그런데 길어지는 폭염에 냉방 기구가 급했던 걸까. 이달 들어 방망이가 차디차게 식어버렸다. 8월 롯데는 팀 타율(0.199), 팀 OPS(0.543), 안타(84개), 타점(34타점), 득점(34득점) 모두 리그 최하위다. 심지어 13경기에서 홈런을 단 2개밖에 치지 못했다. ‘소총부대’라곤 하나 너무 심각하다.
이러니 투수가 잘 던진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다. 8월 롯데 투수진이 3실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진 경기가 무려 4번이다. 그리고 그 4경기에서 롯데 타선은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당장 롯데는 오늘 ‘에이스’ 알렉 감보아가 마운드에 오른다. 올 시즌 감보아의 성적은 12경기 73⅓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2.21로 매우 훌륭하다. 영입 전 제기됐던 제구 문제를 극복하며 강한 구위라는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7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3경기째 승리가 없다. 특히 이달 들어 2경기에서 패전만 기록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감보아를 탓하지 않는다. 감보아는 5일 KIA 타이거즈전 6⅔이닝 2실점, 12일 한화 이글스전 6이닝 2실점으로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타선이 ‘범인’이었다. 이 2경기에서 롯데 타자들이 감보아에게 지원해 준 점수는 놀랍게도 0점이다. 롯데는 2경기 모두 한 점도 뽑지 못하고 0-2 패배를 헌납했다. 같은 상황이 오늘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긴 연패에 빠지며 롯데의 3위 수성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롯데의 현 시즌 성적은 58승 3무 53패(승률 0.523)다. 그런데 4위 SSG 랜더스(55승 4무 51패)가 반 경기 격차까지 쫓아왔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포스트시즌에 못 갈 수도 있다. 6위 KT 위즈(54승 4무 55패), 7위 NC 다이노스(50승 6무 51패)와의 차이도 3경기에 불과하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
롯데는 2020년대 들어 시즌 초 상승세를 타고도 포스트시즌에 못 간 시즌이 3번이나 있었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야구계 격언을 최근 가장 많이 들은 팀이다. 올해 또 듣고 싶지 않으면 타선이 각성해야 한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