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km 쾅!’ 39년 만의 진기록, 두산 화수분에서 또 큰 선수가 나왔다…“등판하면 ‘무조건 이겼다’ 생각 들도록”

[SPORTALKOREA] 한휘 기자= 1군 팀이 부진해도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은 마르지 않는 걸까.
두산 윤태호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윤태호는 3회 초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투수 최승용이 왼손 검지 손톱이 깨지는 문제로 교체되면서 급하게 배턴을 넘겨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베테랑 포수 양의지마저 서혜부 통증으로 보호 차원에서 교체되는 등 두산에 악재가 가득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심지어 이 등판이 윤태호의 1군 무대 첫 출격이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빼어난 투구 내용으로 KIA 타자들을 꽁꽁 묶은 것이다.
첫 타자 김태군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이어 박민을 상대로 데뷔 첫 삼진을 솎아내는 등 3회부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4회에는 김선빈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내줬으나 10구 승부 끝에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는 등 후속 타자들을 잘 잡고 실점을 막았다.
5회에는 선두 타자 나성범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오선우를 삼진, 김태군을 6-4-3 병살타로 잡아 이닝을 정리했다. 6회는 공 11개 만에 삼자범퇴 처리하며 빠르게 삭제하고 등판을 마쳤다. 경기 최고 구속은 153km/h였다.

2-0으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승리 투수 요건도 달성했다. 아쉽게 9회 초 김택연의 블론세이브가 나오며 데뷔전 승리는 무산됐지만, 두산은 9회 말 김인태의 끝내기 2루타로 이기며 윤태호의 호투는 빛을 잃지 않았다. 홀드도 기록됐다.
윤태호는 이 투구로 KBO리그 역사상 22번째로 데뷔전에서 4이닝 이상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한 토종 투수가 됐다. 두산 구단으로 범위를 좁히면 3번째로, OB 시절이던 1986년 3월 29일 박노준의 8⅓이닝 무실점 투구 이후 39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박노준이 상대한 구단은 KIA의 전신인 해태였다.

윤태호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윤태호는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9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2003년생 우완 투수다.
지명 당시에는 쌍둥이 형 윤태현(SSG 랜더스)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윤태현은 고교 시절의 빼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SSG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윤태호보다 먼저 1군 데뷔에도 성공했다.
반면 윤태호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최고 구속은 149km/h까지 나왔으나 평균 구속은 140km/h 전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체 조건이 좋아 구속을 늘릴 여지가 있다고 본 두산이 데려갔고, 그 이유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역으로 빠르게 군 복무를 마친 윤태호는 전역 후 150km/h대 속구를 계속해서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로 거듭났다. 특히 회전수가 2700RPM에 달할 정도로 높아 타자가 느끼는 위력은 더욱 배가된다.
이미 지난해 마무리 캠프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준수한 투구로 눈도장을 찍었다. 1군 스프링캠프에도 동행했다. 부상 탓에 공백기를 가졌으나 7월부터 다시 실전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제는 1군에서도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태호는 이날 경기 후 단상 인터뷰에서 “언제나 준비돼 있었고, 후회하지 않게 잘 던질 생각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등판하게 되면 (팬분들께서) ‘무조건 이겼다’라는 마음이 들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며 당당한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