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화인가’ 한 손으로 안타를 친 마이너 유망주…그런데 80년 전에는 한 팔 없는 빅리거도 있었다고?

[SPORTALKOREA] 한휘 기자= 한 손으로만 야구방망이를 잡고 안타를 친다. 마치 야구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만, 놀랍게도 현실이 됐다. 심지어 처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싱글A 캐너폴리스 캐넌볼러스에서 뛰는 조지 월코우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너폴리스의 에이트리엄 헬스 볼파크에서 열린 2025 마이너 리그 싱글A 정규시즌 오거스타 그린재킷츠(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와의 경기에 5번 타자-우익수로 출전했다.
이날 월코우는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안타가 매우 특이하다. 방망이를 한 손으로 쥐고 쳐낸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월코우는 1회 말 1사 1, 2루 기회에서 오거스타 선발 투수 이선 배그웰을 상대로 타석에 섰다. 초구를 준비하던 찰나 월코우가 배트에서 타임을 요청하면서 배트에서 오른손을 뗐다. 하지만 배그웰이 이미 투구 동작에 들어가서 타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월코우는 타임이 받아들여진 줄 알았던 것인지 방망이를 다시 잡지 않았다. 왼손에만 든 그 상태로 무심히 배트를 휘둘렀다. 놀랍게도, 잘 맞은 타구는 그대로 1루수 강습 내야 안타가 됐다.


공이 크게 흘렀는지 이미 더블 스틸을 시도했던 주자들은 계속 내달렸다. 2루 주자 조던 스프링클이 홈을 밟았다. 월코우의 1타점 적시타가 기록되며 캐너폴리스가 1-2로 추격했다.
경기는 캐너폴리스의 4-5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승패 결과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월코우의 ‘한 손 적시타’가 더 화제를 불러 모았다.

키 6피트 7인치(약 201cm)를 자랑하는 거구의 우투좌타 외야수 월코우는 MLB 파이프라인 선정 구단 유망주 순위 11위에 오른 선수다. 2023 MLB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에서 화이트삭스의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싱글A에서 뛰고 있으나 아직 성적은 특출나지 않다. 올해 97경기에 나섰으나 타율 0.219 11홈런 52타점 26도루 OPS 0.654로 아직 다듬을 점이 많다. 하지만 이번 안타로 적어도 이름은 확실히 알렸다.

그런데 한 팔로 안타를 쳐낸 사례는 놀랍게도 윌코우가 처음이 아니다. 80년 전에는 무려 MLB 무대에서 한 팔로 타격을 한 현역 선수가 있었다. 1945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현 볼티모어 오리얼스)의 좌타자 피트 그레이가 그 주인공.
그레이는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그럼에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한 팔만으로 스윙하는 크나큰 핸디캡 속에서도 마이너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고, 1945년 꿈에도 그리던 빅리그에 데뷔해 77경기를 뛰었다.
그레이는 1945년을 끝으로 빅리그 무대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 해 그가 남긴 기록은 역사에 영원히 남았다. 253타석에서 안타 51개와 2루타 6개, 3루타 2개를 쳐냈고, 볼넷 13개를 골라냈다. 타율 0.218 OPS 0.520을 기록했다. 도루도 6개가 있었다.

심지어 외야 수비도 소화했다.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공을 완전히 포구한 뒤, 공을 몸에 굴려 빼내는 사이 글러브를 내려놓고 다시 공을 잡아 송구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복잡한 방법에도 웬만한 일반 선수들만큼 빠른 수비 동작을 취했다고 한다.
그레이는 지금도 ‘조막손 투수’ 짐 애보트와 함께 MLB를 대표하는 ‘인간승리’의 사례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나 우연히 한 손으로 안타를 친 선수가 등장하면서 그레이의 이름도 일각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사진=MiLB 공식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