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을 못 잡으면 범타를 유도하면 되잖아?’ 7이닝 쾌투, 이것이 41세 ‘전설’의 클래스…감독도 ‘따봉’

[SPORTALKOREA] 한휘 기자= 삼진을 잡기 힘들면 범타로 아웃 카운트를 쌓으면 된다. 말은 쉬워도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리빙 레전드’ 맥스 슈어저(토론토 블루제이스)는 가능했다.
슈어저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명불허전’이었다. 1, 2회를 삼자범퇴로 빠르게 정리했다. 3회 초 1사 2루, 4회 초 2사 1루 상황 모두 점수를 주지 않고 넘겼다. 5회 초에는 다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6회 초 마이클 부시에게 솔로포(24호)를 내주며 무실점 행진은 깨졌다.

그래도 슈어저는 흔들리지 않았다. 7회 초를 안타 하나만 주고 정리한 뒤 본인의 임무를 마치고 불펜진에 배턴을 넘겼다. 마운드가 2-1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내면서 슈어저의 시즌 3승(2패)이 기록됐다.
삼진 잘 잡기로 유명한 슈어저가 1경기에 단 3개의 탈삼진만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슈어저가 5이닝 이상 던지며 3개 이하의 삼진을 잡은 것은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던 지난해 7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6⅓이닝 3탈삼진 3실점)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대신 슈어저는 매우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승부를 길게 끌지 않고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7회까지 투구 수는 단 78개. 그 가운데 볼은 단 21개에 그쳤다. 스트라이크 비중이 73.1%로 높았다.

어떻게 보면 타당한 선택이다. 아무리 슈어저가 ‘레전드’라고 해도 보통 나이 앞에 장사는 없다. 올해 슈어저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3.6마일(약 150.6km)에 그친다. 부상으로 고생했던 지난해(92.6마일)보다 올랐지만, 94~95마일을 넘나들던 전성기보다는 느리다.
특히 40줄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탈삼진 능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슈어저의 9이닝당 탈삼진(K/9) 지표는 2012시즌 이후 12년 연속으로 10개를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8.31개, 올해 8.67개로 9개를 넘지 못한다.
이렇게 탈삼진을 앞세운 ‘파워 피처’들이 구위 하락으로 삼진이 줄어들면서 급격히 몰락하는 사례는 자주 있었다. 슈어저도 전성기 대비 평균자책점이 크게 오르며 이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관록은 살아 있다. 슈어저는 이번 경기에서 삼진 3개만을 잡는 대신 범타를 적극 유도하며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삼진을 잡기 어려우면 맞춰 잡으면 된다는,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방안을 제대로 수행했다.

슈어저는 지난 7월 6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손가락에 문제가 생겨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큰 부상이 아니었는지 이후 6경기에서 5번이나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며 안정을 찾았다. 올 시즌 성적은 10경기 54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3.83이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도 경기 후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슈어저가) 이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길을 걸었다. 그가 (MLB에서) 경쟁하는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선수 잘 없다”라고 호평을 남겼다.
슈어저는 통산 476경기에서 219번의 승리와 3,459개의 삼진을 잡았고, 총 2,932이닝을 투구했다. 이미 명예의 전당행 티켓을 예약한 슈어저가 마지막까지 어떤 족적을 남길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