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많은 것 배웠다” 1424일 만에 세이브 수확한 ‘前 LG’ 좌완…트레이드 이후 필승조 승격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던 디트릭 엔스(볼티모어 오리올스)가 4년 만에 빅리그에서 세이브를 수확했다.
엔스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출격,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투구 내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엔스는 등판 직후 도미닉 캔존과 미치 가버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1사 후 대타 칼 랄리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에도 몰렸다.
하지만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팀 동료였던 랜디 아로사레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한숨 돌렸다. 이 땅볼로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엔스는 뒤이어 조시 네일러를 재차 2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5-3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엔스가 빅리그에서 세이브를 수확한 것은 무려 1,424일 만이다. 2021시즌 탬파베이에서 뛰던 엔스는 그해 9월 2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6-4로 앞선 9회 초 2사 만루 위기에서 긴급히 등판했다. 그리고 대타 브레이빅 발레라를 삼진으로 잡아 세이브를 챙겼다.

그 1,424일의 나날을 엔스는 대부분 아시아 무대에서 보냈다. 2022시즌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와 계약해 일본프로야구(NPB) 도전에 나섰다. 첫 해 23경기 122⅓이닝 10승 7패 평균자책점 2.94로 호투하며 성공적인 일본 데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023시즌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며 시즌 후 방출됐다. 그리고 엔스는 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로 합류했다. 구위에 대해서는 호평이 자자했기에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구속은 좋았으나 구종과 투구 패턴이 단조로워 피안타가 너무 많았다. 그나마 후반기에 반등하며 30경기 167⅔이닝 13승 6패 평균자책점 4.19로 시즌을 마쳤지만, 당초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웠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한 끝에 LG는 엔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엔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고, 6월 27일 애슬레틱스전에 대체 선발로 출격하며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엔스는 복귀 후 ‘MLB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내게는 일본과 한국 모두 놀라운 경험이었다. 두 리그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라며 “선발 투수로 나가면 많은 기대를 받는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곳(아시아)에 간 것이 나를 더 완성형 투수로 만들어줬다”라고 긍정적인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엔스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둔 8월 1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디트로이트가 마운드 보강에 나서며 선수단을 정리해야 했고, 평균자책점 5.60(17⅔이닝 12실점 11자책)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엔스를 볼티모어로 현금 트레이드했다.

그런데 볼티모어 이적 후 엔스의 입지는 급격히 커졌다. 볼티모어는 마무리 투수 펠릭스 바티스타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좌완 필승조 그레고리 소토도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
엔스는 지난 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2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계기로 필승조로 기용되고 있다. 최근 2번의 등판에서 내리 홀드를 수확하더니, 오늘은 대체 마무리 역할도 맡았다. 투구 내용은 불안했으나 세이브를 성공적으로 따냈다.
어느덧 34세가 된 엔스는 MLB 무대에서 매해 살아남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신분이다. 매 등판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볼티모어에서 필승조로 올라선 것은 의미가 크다. 이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