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부족→퇴출설’ 그 끝에서 터진 위즈덤의 결승 만루 홈런…‘클러치 약점’ 이대로 지워낼 수 있을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그렇게나 퇴출설에 시달려 온 패트릭 위즈덤(KIA 타이거즈)이 결국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걸까.
위즈덤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6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2홈런) 6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난 것이 이날 위즈덤의 유일한 범타였다. 4회 초 2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한 위즈덤은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6회 초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3연속 안타로 나온 무사 만루 기회에서 위즈덤은 원태인의 초구 바깥쪽 속구를 통타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이었음에도 ‘스위트 스팟’에 맞았다. 우중간으로 뻗은 타구는 담장 너머 관중석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격차를 벌리는 시즌 25호 홈런이었다.
만루홈런으로 손맛을 본 위즈덤은 8회 다시 대포를 가동했다. 선두 타자로 나서서 바뀐 투수 육선엽의 4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힘이 실린 타구는 담장을 넘어가며 연타석 홈런을 작렬했다.
위즈덤은 9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 홍원표의 떨어지는 공을 정확히 컨택해 중전 1타점 적시타를 추가했다. 이날만 6타점을 터뜨린 위즈덤의 맹활약 속에 KIA는 10-4 승리를 거두고 원정 3연전을 ‘스윕’으로 마쳤다.

이날 때린 2개의 홈런으로 위즈덤의 올 시즌 성적은 87경기 타율 0.255 26홈런 65타점 OPS 0.900이 됐다. 타율이 다소 낮으나 출루율(0.344)이 9푼가량 높고, 무엇보다도 장타력이 매력적이다. 홈런 순위표에서 위즈덤 위에는 삼성 르윈 디아즈(37개) 1명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투고타저 흐름이 강해졌음을 고려하면 더욱 인상적인 성과. 그런데 그런 위즈덤은 불과 얼마 전까지 퇴출설에 시달렸다. 해외 매체에서 1·3루수를 보는 바비 달벡의 한국행이 유력했으나 무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기와 포지션을 고려하면 KIA와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표면적인 성적에 비해 소위 ‘영양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즈덤은 주자가 없을 때 타율 0.287 OPS 1.060으로 펄펄 날지만, 주자가 있으면 타율 0.227 OPS 0.761로 비율 지표가 급격히 하락한다.
여기에 득점권이 되면 타율 0.216(97타수 21안타) OPS 0.697로 더 떨어진다. 홈런은 4개뿐이다. 2사 득점권 상황이 되면 더 부침을 겪는다. 타율 0.150(40타수 6안타)에 OPS는 고작 0.602에 불과하다.

상황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레버리지’ 지표로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레버리지가 높을 수록 상황이 결정적이고, 낮을 수록 승부에 영향을 덜 미친다. 그런데 위즈덤은 레버리지가 낮을 수록 강하다.
레버리지가 0.7 이하인 ‘로우 레버리지’ 상황에서 위즈덤은 타율 0.313 12홈런 26타점 OPS 1.077로 강하다. 0.7~1.6 사이인 ‘미디엄 레버리지’에서도 타율은 0.244로 낮으나 12개의 홈런과 OPS 0.946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레버리지가 1.6 이상인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는 타율 0.173(75타수 13안타) 2홈런 19타점 OPS 0.525로 극도로 부진하다. 이런 탓에 클러치 상황 집중력을 나타내는 WPA(승리 확률 기여도) 지표에서 위즈덤은 -0.51로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최하위다.
여기에 김도영 대신 맡고 있는 3루 수비에서도 잊을 만하면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러니 성적이 나쁘지 않아 보여도 현장이나 팬들이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을 법했다.
다행히 ‘반전’의 신호탄은 쐈다. 동점 상황에서의 만루 홈런, 득점권 적시타 등 그간 약한 모습을 보였던 부분을 이번 경기에서 대거 극복했다. 이날의 분위기를 시즌 끝까지 이을 수 있다면 위즈덤에 대한 다소 박한 평가도 조금씩 사라져 나갈 것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