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부상·부진·부진' 무너진 다저스 불펜, 희망은 유망주 뿐, 165km '쾅' 강속구 투수는 제2의 마에다 겐타가 될 수…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LA 다저스가 이번에도 불펜 난조에 무릎을 꿇었다.
다저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가 4⅓이닝 4실점을 기록한 뒤 벤치로 향했다. 상대 팀인 에인절스 역시 카일 헨드릭스가 3⅓이닝 만에 내려간 상황. 5-4로 앞선 상태에서 경기는 불펜 싸움으로 흘러갔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앤서니 반다가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에는 저스틴 로블레스키가 등장했다. 최고 시속 98.5마일(약 158.5km) 패스트볼을 뿌린 그는 마치 지난 2018시즌 조시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연상시키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7회 역시 무실점으로 막은 로블레스키는 8회에도 나왔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졌는지 마이크 트라웃, 테일러 워드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에드가르도 엔리케스에게 공을 넘겼다. 엔리케스는 아웃카운트 2개는 잡았으나 로건 오하피에게 던진 회심의 시속 103.2마일(약 166.1km) 공이 한가운데로 몰려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직전 경기에서도 9회 알렉스 베시아, 10회 벤 캐스패리우스가 실점을 내줘 역전패를 당한 다저스는 2경기 연속 충격을 입었다. 특히 트레이드 마감 시한 문제를 알고도 유망주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이를 해결하지 않았기에 고통은 2배다.
충격적인 결과에도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보인 소극적인 움직임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멘트를 남겼다.
최근 베시아까지 흔들려 다저스는 1이닝을 믿고 맡길 투수가 없다. 게다가 돌아올 선수도 많지 않다. 마이클 코펙이 리햅 과정을 시작하며 태너 스캇도 복귀할 예정이지만 이들만으론 포스트시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다저스는 오는 9월 꽁꽁 숨겨둔 히든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선발 투수 바비 밀러의 불펜 전환이다.
밀러는 지난 2023시즌 11승 4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한 뒤 최근 2시즌 급격하게 부진하며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제구를 잡지 못했고 써드 피치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그는 마이너 무대에서도 부진을 이어가며 '실패한 유망주'라는 딱지가 붙었다.
하지만 최근 다저스는 밀러를 불펜으로 전환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후 밀러는 8월 4경기에서 5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불펜의 경우 써드 피치를 갖출 필요성이 떨어져 100마일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으로도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밀러에 이어 다저스는 오는 9월 사사키 로키도 돌아온다. 다저스 입단 후 줄곧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그는 포스트시즌에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타일러 글래스나우-야마모토 요시노부-오타니가 선발 투수로 나설 계획이다. 또 클레이튼 커쇼도 대기하고 있다.
따라서 다저스가 만약 사사키를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합류시킨다면 불펜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는 밀러와 사사키가 지난 2017시즌의 마에다 겐타(뉴욕 양키스)가 되길 바란다. 당시 마에다는 준수한 5선발 자원이었으나 커쇼-리치 힐-다르빗슈 유-알렉스 우드에 밀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브랜든 모로우, 캔리 잰슨과 함께 우완 필승조로 활약했다. 당시 다저스는 조시 필즈, 페드로 바에즈 등 셋업맨이 미덥지 않아 토니 왓슨, 토니 싱그라니를 영입했지만, 이들은 모두 좌완 불펜이었다.
마에다의 보직 변경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그는 포스트시즌 9경기에 나서 10⅔이닝 1실점으로 무결점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홈런만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PS 미스터 제로'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밀러와 사사키 이외에도 에밋 시한, 로블레스키, 캐스패리우스 등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은 모두 오는 9월 불펜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 중 제2의 마에다가 나온다면 다저스로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