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아닌데?’ 기껏 이적했는데도 ‘켈크라이’는 운다…팀 승률 5할도 붕괴 위기, 가을야구 물거품 되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KBO리그 시절의 ‘불운’이 잊을 만하면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되살아나고 만다.
텍사스 레인저스 메릴 켈리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켈리의 등판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일 트레이드로 애리조나를 떠나 텍사스에 합류한 켈리가 친정팀을 상대로 갖는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투구 내용은 훌륭했다.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큰 흔들림 없이 옛 동료들을 막아 세웠다. 1회 케텔 마르테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실점하지 않았고, 2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3회 2사 후 마르테에게 적시타를 내줬으나 그 이상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5회가 고비였다. 2사 후 헤랄도 페르도모에게 솔로포(13호)를 맞고 한 점을 더 허용하더니 연속 안타를 맞고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에이드리언 델카스티요의 우전 안타가 나왔지만, 다행히 홈으로 뛰는 2루 주자 마르테를 우익수 에세키엘 두란이 정확한 홈 송구로 잡아 켈리를 도왔다.
안정을 찾은 켈리는 6회 초를 삼자범퇴로 막고 임무를 마쳤다. 팀이 3-2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가며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8회 말 조시 영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점수 차는 더 벌어졌다. 켈리의 시즌 10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9회 초 2사 후 모든 게 뒤집혔다. 필 메이튼이 제임스 맥캔에게 추격의 솔로포(3호)를 맞더니 몸에 맞는 공과 볼넷으로 주자를 쌓았다. 그리고 마르테의 역전 스리런 홈런(23호)이 터지며 켈리의 승리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텍사스도 4-6으로 졌다.

올해 켈리의 승운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25경기 144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 중인데, 아직 9승에 머물고 있다.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적이 6번이나 된다. 이 가운데 한 번만 승리 투수가 됐어도 이미 10승 고지를 밟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켈리는 KBO리그 시절에도 한때 불운한 투수로 유명해진 적이 있다. 2015시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합류해 심각한 타고투저 분위기 속에서도 30경기(29선발) 181이닝 평균자책점 4.13으로 선전했지만, 11승 10패로 승률은 거의 5할 근처였다.
이듬해인 2016시즌은 더욱 심각했다. 31경기 200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타고투저 양상을 고려하면 리그 최고 수준의 투구였다. 그런데 승패 기록은 고작 9승 8패다. 10승도 못 채웠다.

이런 이력 탓에 ‘켈크라이(켈리+눈물)’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후 2017시즌 16승을 수확하면서 어느 정도 사장됐고, MLB 복귀 후에도 잘 쓰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별명 자체가 너무 유명해진 탓에 여전히 켈리가 불운하게 승리를 날리면 다시금 언급되기도 한다.
특히 올 시즌은 팀 성적 탓에 ‘켈크라이’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애리조나는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5할 승률이 버거울 정도로 부진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켈리의 승운도 떨어졌다.

결국 지난 1일 켈리는 텍사스로 트레이드됐다. 충분히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 켈리의 운이 조금은 살아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텍사스의 이달 성적은 4승 8패로 처참하다. 시즌 성적은 61승 61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이 됐다.
이에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순위표에서도 5위까지 밀려났다. 3위 뉴욕 양키스(64승 56패)와는 4경기 차다. 기껏 새 둥지를 틀었더니 이어지는 불운 속에 포스트시즌의 꿈이 끝내 무산될 위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