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새 역사’ 이정후가 썼다! 다음 목표는 이치로의 ‘아시아 신기록’…31년 만의 역대 최초 ‘두 자릿수 3루타’

[SPORTALKOREA] 한휘 기자= 1994년 대한민국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사가 시작된 이래 사상 첫 기록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달성했다.
이정후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경기에 6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첫 두 타석은 아쉬웠다. 2회 말 중견수 뜬공, 4회 말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닉 피베타의 공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타구 속도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7회 말 마지막 타석에서 아쉬움을 말끔히 씻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는 2-0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이어 피베타의 3구째 커터가 높게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통타해 우중간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공은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져 경기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굴러갔다. 이른바 ‘3루타 골목(Triples Alley)’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정후는 망설임 없이 3루까지 내달렸고, 공보다 한참 먼저 누에 도착했다.
이정후는 뒤이은 크리스찬 코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틈타 홈을 밟아 득점도 올렸다. 이날 1-11로 참패한 샌프란시스코가 만든 유일한 점수였다. 이정후는 이후 8회 초 수비에서 그랜트 맥크레이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이날 이정후가 친 3루타는 올 시즌 10번째였다. 이로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코빈 캐롤(14개)과 보스턴 레드삭스 제런 듀란(12개)에 이어 올 시즌 MLB에서 3번째로 두 자릿수 3루타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국 야구사에서 이 기록은 더욱 의미가 크다. 1994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와 계약한 이래 3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많은 야수가 MLB 무대에 노크했지만, 그 누구도 한 시즌에 10개의 3루타를 쳐낸 적은 없었다.
기존 한국 선수 최고 기록은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시절이던 2009시즌에 달성한 6개다. 이정후는 지난 7월 3일 시즌 7호 3루타를 작렬해 추신수를 넘어 신기록을 세웠는데, 이번에는 한국 선수 사상 첫 두 자릿수 3루타라는 위업도 달성했다.
물론 좌타자가 3루타를 치기 매우 유리한 오라클 파크를 홈으로 쓰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으로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이정후의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기록이다.

이정후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신기록에도 도전한다. 아시아 선수의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은 얼마 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12개다.
이정후가 3루타 2개를 추가하면 ‘롤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3개를 더하면 그를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넣을 수 있다. 남은 시즌 이정후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날 3루타를 추가한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57 6홈런 46타점 8도루 OPS 0.729가 됐다. 월간 성적은 타율 0.333(45타수 15안타) 3타점 9득점 OPS 0.895로 좋은 기세를 이어 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