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와버의 ‘장군’에 오타니는 ‘멍군’, 점점 뜨거워지는 NL 홈런왕 레이스…‘MVP’ 영예는 누구에게 갈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장군’과 ‘멍군’이 오가는 뜨거운 경쟁이 올해 메이저리그(MLB)를 달구고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의 무득점 침묵 속에 슈와버의 방망이도 안타 없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8회 초 타선이 웨스턴 윌슨의 동점 적시 2루타와 트레이 터너의 좌전 적시타로 2-1 역전을 만들었고, 이에 슈와버가 응답했다.

슈와버는 2사 3루 기회에서 토니 산티얀의 2구 높은 패스트볼을 걷어 올렸다. 우측 담장을 향해 까마득하게 날아간 타구는 비거리 404피트(약 123m)의 대형 투런 홈런이 됐다. 신시내티 벤치에서 파울 여부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으나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홈런은 필라델피아의 4-1 역전승에 방점을 찍는 홈런임과 동시에 슈와버의 시즌 42호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1홈런으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NL) 홈런 공동 선두에 자리하던 슈와버는 이 홈런으로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그런데 ‘슈와버 천하’는 하루도 이어지지 않았다. 슈와버의 ‘장군’에 오타니가 곧바로 ‘멍군’을 외쳤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오타니 역시 8회에 홈런을 쳐냈다. 팀이 0-7로 크게 밀리던 가운데, 8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숀 앤더슨의 6구 몸쪽 슬라이더를 퍼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0-2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음에도 유인구 3개를 골라낸 후 몸쪽 공을 통타해 담장을 넘기는, 오타니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홈런이었다. 비거리는 389피트(약 118.6m)가 기록됐다.
다저스는 4-7로 졌으나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시즌 42번째 아치를 그리며 슈와버와 다시 균형을 맞췄다. 이로써 슈와버와 오타니 모두 NL 홈런 공동 선두 자리를 유지한 채 하루를 마치게 됐다.

사실 올 시즌 둘의 경쟁 구도를 보면 오타니가 리드를 점한 가운데 슈와버가 쫓아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5월까지 오타니 22개-슈와버 19개, 6월까지 오타니 29개-슈와버 25개로 차이가 났다. 오히려 에우헤니오 수아레스(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오타니를 더 지근거리에서 위협했다.
그런데 슈와버가 7월 한 달에만 12개의 홈런을 쳐내며 오타니를 바짝 쫓았고, 수아레스는 아메리칸리그(AL)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되며 경쟁 대열에서 빠졌다. 결국 7월 종료 시점에서는 오타니 38개-슈와버 37개로 격차가 거의 좁혀졌고, 이달 들어 동률이 됐다.

이렇게 홈런왕을 향한 레이스가 치열해지면서 MVP 경쟁 구도에도 불이 붙었다. 당초 오타니의 경쟁자로는 시카고 컵스의 ‘5툴 외야수’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이 꼽혔는데, 최근 들어 컨택에 문제를 보이며 출루율이 3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점점 밀려나는 모양새다.
대신 오타니와 직접적인 홈런왕 경쟁을 벌이는 슈와버가 치고 나왔다. 다만 아직은 오타니가 ‘비교우위’다. 홈런과 타점(97타점)은 슈와버가 좋지만, 타율(0.284)과 출루율(0.389), 장타율(0.624), OPS(1.013) 등 ‘비율 지표’는 모두 오타니가 앞선다.
여기에 오타니는 투수로도 어느 정도 활약상을 남기고 있어 지금 이대로 투표에 나서면 오타니의 낙승이 점쳐진다. 하지만 아직 정규시즌은 한 달 반가량 남았다. 슈와버의 ‘몰아치기’가 나오면 오타니의 MVP를 향한 독주를 위협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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