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따라가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는 전진한다…다르빗슈의 美·日 통산 205번째 승리, 최고 기록 ‘자체 경신’

[SPORTALKOREA] 한휘 기자= 미국·일본 통산 최다승 기록을 가진 38세의 베테랑은 느리지만 여전히 도전하며 나아가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다르빗슈 유는 12일 (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1회 세 타자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2회에 도미닉 스미스와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놓였지만, 패트릭 베일리와 크리스찬 코스를 각각 루킹 삼진과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모면했다.

3회에는 2사 1루에서 드루 길버트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송구가 빠진 사이 3루로 뛰는 길버트를 중견수 잭슨 메릴이 저격해 다르빗슈를 도왔다. 4회는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5회는 ‘KKK’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6회 2사 후 라파엘 데버스에게 솔로 홈런(23호)을 맞았으나 더 흔들리지 않고 이닝을 정리했다. 타선이 7회 초 3점을 뽑아 다르빗슈에게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어 줬고, 7회부터 올라온 불펜진이 남은 이닝을 잘 막으며 다르빗슈는 시즌 2승(3패)째를 올렸다.

다르빗슈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 7시즌, MLB에서 14시즌을 뛰며 올해 21년 차 시즌을 보내는 ‘리빙 레전드’다.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시절부터 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로 두각을 드러냈고, 2012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미국에서도 다르빗슈의 구위는 통했다. 텍사스를 시작으로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를 거쳐 샌디에이고로 이어지며 오랜 기간 활약하는 중이다. 2022시즌까지 통산 95승을 기록해 박찬호가 현역 시절 달성한 MLB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인 124승을 경신할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이후 ‘에이징 커브’가 본격적으로 찾아왔는지 다소 주춤하고 있다. 2023시즌 24경기에서 8승 10패 평균자책점 4.56으로 부진했다. 2024시즌에는 나올 때는 호투했으나 사타구니 부상 탓에 16경기에서 7승을 더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다르빗슈는 ‘가시밭길’을 걷는다. 시즌 전부터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다. 회복 도중 부상이 재발하며 공백기를 가지다가 7월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부상의 여파인지 4경기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하고 평균자책점 9.18로 부진했다.
이에 ‘다르빗슈는 끝났다’라는 반응이 나올 시점에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7월 31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호투를 펼치고 시즌 첫 승리를 따낸 것.
이 승리는 다르빗슈의 MLB 통산 111번째 승리이자, NPB 기록을 합친 개인 통산 204번째 승리였다. 이를 통해 ‘전설’ 구로다 히로키가 갖고 있던 미·일 통산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고 새 역사를 썼다.

다르빗슈는 2경기 만에 다시 승리를 따내며 본인의 이 기록을 ‘셀프 경신’했다. 아울러 MLB 통산 112승째를 거두며 박찬호의 기록에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다르빗슈는 오는 16일이면 39세가 된다. 샌디에이고와의 계약이 아직 3시즌이나 남아 있지만, 노쇠화가 지속되면 남은 계약 기간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팀을 떠날 수도 있다. 124승을 넘어설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럼에도 다르빗슈는 묵묵히 전진한다.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자신이 세운 ‘금자탑’을 더 높일 수 있다. 그의 발걸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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