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일 만에 터졌다! 날아 오른 김하성, 타구 속도는 이미 ‘커리어 하이’…‘169km+164km’ 반등 알리는 두 방 될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총알 타구를 2개나 날린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의 활약은 그간의 부진을 씻는 반등의 신호일까.
김하성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시애틀 선발 투수로 나선 브라이언 우는 6이닝 동안 3실점 하며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다. 그런데 이 3점 가운데 2점이 김하성의 방망이에서 나온 데다 타구 질도 매우 좋았다.

김하성은 2회 초 1사 2루 기회에서 첫 타석에 섰다. 1-2 카운트에서 5구 싱커가 몸쪽으로 들어온 것을 기다렸다는 듯 잡아당겼다. 좌익수 왼쪽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2루타가 되며 2루 주자 조시 로우를 불러들였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음에도 노리던 공이 오자 곧바로 좋은 타구를 생산했다. 타구 속도는 시속 105.2마일(약 169km)에 달했다. 이날 탬파베이 타자들이 생산한 모든 타구 가운데 3번째로 빨랐으며, 안타 가운데는 가장 높은 속도가 기록됐다.

좋은 타격감은 2번째 타석에서도 이어졌다. 4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가 초구 시속 96.5마일(약 155km)의 패스트볼을 몸쪽 깊숙이 던졌다. 이번에도 기다렸다는 듯 김하성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좌측으로 뻗은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김하성의 시즌 2호 홈런이다. 7월 11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쳐낸 시즌 첫 홈런 당시에도 빨랫줄 타구로 펜웨이 파크 좌측의 ‘그린 몬스터’를 넘겼는데, 이번에도 발사각도 21도에 불과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홈런으로 이어졌다.
역시나 타구 속도가 이유였다. 시속 102.2마일(약 164km)로 이날 탬파베이가 쳐낸 안타 가운데 2번째로 빨랐다. 비거리는 366피트(약 111.6m)가 기록됐다.

김하성은 6회에 볼넷을 추가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3출루 경기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김하성이 마지막으로 1경기 3출루에 성공한 것이 정확히 1년 전 오늘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이던 2024년 8월 11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이 포함된 3출루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6월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3타수 2안타 1홈런 1볼넷 2타점 3득점)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429일 만에 같은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김하성은 이날 활약에도 아직 시즌 성적이 타율 0.218(55타수 12안타) 2홈런 5타점 4도루 OPS 0.681에 그친다. 팀 내 최다인 1,300만 달러(약 180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 치고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좌절은 이르다. 김하성의 다소 부진한 성적은 불운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김하성의 타구 속도 관련 지표는 데뷔 이래 올해가 가장 좋다. 김하성의 평균 타구 속도는 MLB 데뷔 후 단 한 번도 시속 88마일(약 141.6km)을 넘긴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시속 88.9마일(약 143km)로 올랐다.
‘하드 히트(시속 95마일 이상 타구)’ 비율도 커리어 내내 2~30%대에서 머물던 것이 올해 44.4%까지 늘었다. 아직 표본이 적은 편이고 성적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을 뿐 타구의 질은 준수해 반등의 여지가 크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러한 강점이 잘 드러났다. 시속 100마일(약 161km)이 넘는 빠른 타구를 2개나 쳐내며 장타를 펑펑 때려냈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남은 정규시즌 기간에 우리가 알던 ‘어썸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탬파베이 레이스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