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8일 만의 대굴욕’ 뼈아팠던 2번의 타구 판단 미스, 무너진 국대 좌완…흐름 끊긴 KIA, 삐끗하면 7위로 밀린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햇수로 약 8년, 일수로 2,958일 만에 KIA 타이거즈가 잊고 싶은 밤을 보냈다.
KIA는 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2-16으로 졌다.
스코어에서 보이듯 충격적인 패배다. 이날 KIA 타선은 홈런 3개를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몰아쳤다. NC 수비진이 4번이나 실책을 범한 것도 도움이 됐고, 이달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마운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2회 초에만 최형우의 솔로포(17호)를 시작으로 패트릭 위즈덤(24호)과 김호령(3호)의 연이은 투런포가 터지며 5점을 뽑았다. NC 선발 투수 로건 앨런을 두들기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2회 말 곧바로 악몽이 찾아왔다.

선발 투수 이의리가 순식간에 안타 2개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이어 김형준의 평범한 뜬공을 좌익수 이창진이 치명적인 타구 판단 미스로 안타로 둔갑시켰다. 뒤이은 서호철의 좌익수 쪽 타구도 이창진의 첫 발 스타트가 늦으며 포구가 되지 않았고, 1타점 적시타가 됐다.
흔들린 이의리는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추가점을 허용하더니, 재차 만루를 채운 후 박민우의 땅볼 때 홈 승부가 실패로 돌아가며 1점 차까지 쫓겼다. KIA 벤치가 급하게 김건국을 투입했으나 박건우가 만루 홈런(6호)을 터뜨리며 단숨에 승부가 뒤집혔다.

KIA 투진은 좀체 안정을 찾지 못했다. 3회 말 최원준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더 내줬다. 5회 초 최형우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갔지만, 한재승이 5회 말 맷 데이비슨에게 스리런포(21호)를 맞는 등 4점을 더 헌납해 승부가 크게 기울었다.
KIA는 8회 초 상대가 2번이나 실책을 범하는 틈을 타 12-14까지 추격해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성영탁이 등판한 8회 말, 1사 2루에서 뜬공을 잡은 우익수 이창진의 바운드 된 3루 송구를 3루수 위즈덤이 잡지 못했다. 공이 흐른 사이 2루 주자였던 천재환이 득점했다.
흔들린 성영탁은 뒤이어 김휘집에게 솔로 홈런(13호)을 맞았다. 스코어 12-16.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KIA가 12점 이상 뽑고도 경기를 잡지 못한 것은 14-1 리드를 날리고 15-15 무승부를 기록한 지난해 6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패배’로 범위를 좁히면 더 예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이닝 12득점으로 KBO 신기록을 세우고도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2017년 7월 5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 17-18 패전 이후 처음이다. 햇수로 8년, 일수로 무려 2,958일 만의 굴욕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의리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1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컸다. 이의리가 부상이 아닌 이유로 2회도 채우기 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2023년 9월 21일 한화 이글스전 1⅓이닝 5실점(4자책) 강판 후 처음이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데려온 한재승(1⅔이닝 4실점)과 김시훈(1이닝 1실점) 모두 실점을 기록하며 씁쓸함을 남겼다. 막판 추격으로 ‘필승조’ 성영탁까지 투입하고도 진 탓에 피해가 막심하다.

KIA는 1일 한화전 승리에 이어 롯데와의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NC와의 2경기를 모두 내주고, 마지막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하며 흐름이 뚝 끊겨버렸다.
이미 김도영의 3번째 햄스트링 부상이라는 악재로 주중 3연전의 선전이 빛이 바랜 상황. 팀 분위기라도 침체되지 않고 버텨야 했으나 오히려 더 크게 무너지고 말았다.
KIA의 시즌 승률은 0.500(50승 4무 50패) 선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KT 위즈(54승 4무 52패)가 이기며 단독 6위로 처졌다. 7위 NC(48승 6무 49패)와는 단 반 경기차. 자칫하면 7위로 미끄러질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이날 참패의 ‘쇼크’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까.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