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3개로 경기가 끝났다’ 일주일 만에 또 무너진 김택연…너무 많이 던졌나, 멘탈 문제인가, 고민에 빠진 두산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 두산 베어스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김택연이 혹독한 2025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택연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등판했으나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김택연은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고 연장 승부를 바라보기 위한 출격이었다. 선두 타자 김태진을 6구 만에 삼진 처리하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박주홍의 타석에서 느린 땅볼이 굴러갔다. 김택연이 공을 잡았으나 이미 1루 승부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택연은 1루로 급하게 송구했다. 공은 1루수 강승호의 키를 넘어 외야 파울 지역으로 날아갔다. ‘대참사’였다.
1사 2루 득점권 위기를 맞이한 두산 벤치는 송성문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고 임지열과의 승부를 택했다. 하지만 김택연의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밋밋하게 몰렸다. 임지열은 이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2루타를 작렬했다. 키움의 4-3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김택연은 이날 등판해 김태진을 삼진으로 잡은 후 박주홍에게 2구, 임지열에게 1구를 던졌다. 그 3개로 경기가 끝났다. 고작 3개의 공으로 키움에는 크나큰 환희가, 두산에는 충격과 좌절이 교차했다.

김택연의 ‘수난시대’다. 지난해 김택연은 60경기 65이닝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이라는 빼어난 투구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시즌 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차출됐다.
하지만 올 시즌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51경기 54이닝을 던지며 2승 4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3.67로 전년도 대비 지표가 나빠졌다. 특히 블론세이브가 7개에 달할 정도로 뒷문을 제대로 잠그지 못하는 중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지난 5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김택연과 대화를 나눴는데, 선두타자와 승부에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 김택연의 성장에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전날(9일) 경기에 등판해 무난히 세이브를 챙기며 데뷔 첫 20세이브 고지도 밟았다. 첫 타자 박주홍에게 안타를 맞고도 후속 타자들을 잘 돌려세우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데 오늘은 선두 타자를 잘 잡고도 공 3개 만에 무너진 것이다.

김택연은 지난해부터 이미 무리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65이닝 자체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3연투 2번을 포함해 총 13번의 연투, 리그에서 9번째로 많은 17번의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보이는 것 대비 피로도가 높았다.
아울러 중간에 2군에 다녀온 시기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부담은 더 커진다. 시즌 후에는 국가대표팀에도 차출됐다. 여기에 고교 시절 청소년대표팀에서 이미 ‘5연투’라는 충격적인 혹사를 당한 바 있어 관리가 필요했다. 그 여파가 올해 부진의 원인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구속과 피안타율 등 세부 지표는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편으로는 중요도가 높은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의 약점이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택연은 지난 9일 기준으로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의 피OPS가 0.777에 달해 본인의 시즌 평균 성적(0.611)을 훌쩍 넘는다. 이에 중요한 상황을 이겨내는 소위 ‘멘탈’의 문제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마무리 투수가 중요도 높은 상황에서 부진하니 자연스레 뒷문 불안으로 이어진다. 조 감독대행은 여전히 김택연을 마무리 투수로 믿고 기용할 의향을 밝혔지만, 부진이 길어지면 두산도 다른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