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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70구, 무엇을 위한 3연투였나…‘총력전’에 안 맞았던 엔트리의 나비효과, ‘3연패’ 이상의 내상 안은 한화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관리자 0 6 12:00

[SPORTALKOREA] 한휘 기자= 김종수와 정우주의 투혼이 무색해지는 한화 이글스의 뼈아픈 패배였다.

한화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8로 졌다. 이 패배로 3연패에 빠진 한화는 시즌 성적이 60승 3무 42패가 되며 선두 LG(65승 2무 41패)와의 승차가 3경기까지 벌어졌다.

1회부터 엄상백이 3점을 내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2회에도 문성주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강판당했고, 구원 등판한 조동욱이 추가점을 내주는 등 3회까지만 7점을 내줬다. 일찌감치 승기가 넘어가 버렸다. 타선마저 LG 선발 투수 요니 치리노스를 상대로 단 1득점에 그쳤다.

이미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던 이번 3연전에서 먼저 2패를 적립한 것만으로도 타격이 크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패배는 ‘타격’이라는 표현보다는 ‘충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마운드 운용, 그리고 엔트리 구성의 ‘오판’이 이 한 경기에 전부 터져 나오고 말았다.

시작은 엄상백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78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엄상백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끝에 황준서와 자리를 바꿔 불펜으로 강등당했다. 하지만 보직 변경 이후로도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81(5⅓이닝 7실점)로 좋지 못했다.

그런 엄상백이 이날 막강한 LG 타선을 상대로 선발로 예고됐다. 한화는 지난 7일 외야수 손아섭과 이진영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며 외야수 이상혁과 함께 황준서를 말소했다. 이에 LG전에서 ‘깜짝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한화 벤치의 선택은 엄상백이었다.

2군에서 별다른 조정을 거친 것도 아니라 달라진 모습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고, 안타깝게도 적중했다. 엄상백은 1이닝 5피안타 3볼넷 6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엄상백의 등판은 한화의 이날 경기를 망친 첫 번째 ‘무리수’였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엄상백에 이어 올라온 조동욱은 주중 3연전에서 3연투를 기록하고 하루만 쉬고 다시 등판했다. 그나마 주중 경기들에서 투구 수가 적긴 했으나 부담감은 피할 수 없던 상황. 그럼에도 조동욱은 38개의 공을 꾸역꾸역 던지고 내려왔다.

뒤이어 김종수가 무려 4이닝 70구를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이라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종수가 추격조로 긴 이닝을 소화한 덕에 한화는 불펜 소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마냥 웃을 수 없다. 김종수는 팔꿈치 부상으로 2년 넘게 재활에 매진했다. 올해 간신히 1군에 돌아와 불펜으로만 나섰다. 그런 선수가 엄상백(59구)보다 많은 공을 던졌다. 심지어 김종수는 이틀 전에 28개의 공을 던진 상태였다.

김종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것은 고졸 신인 정우주였다. 이미 7일 KT 위즈전 ⅓이닝 3구, 전날(8일) LG전 1이닝 15구를 던졌는데 또 나온 것이다. 1⅔이닝 동안 40개나 되는 많은 공을 던졌다.

정우주는 추격조긴 하나 후반기 한화 불펜에서 가장 공이 좋은 편이다. 7월 29일 이후 한동안 등판하지 않아 황준서가 말소된 시점에서 대체 선발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우주의 선발 등판 가능성은 7~8일 연이어 출전하며 사라졌고, 심지어 3연투까지 기록했다.

내일 경기를 위해 필승조를 아끼고자 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김서현은 쉬어야 했고, 굳이 박상원과 한승혁을 소모하긴 아까운 경기였다. 주현상과 김범수도 등판하면 2연투였다. 가용 자원이 애매했다.

하지만 필승조를 억지로라도 아끼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황준서를 말소해 토요일 선발 투수를 바꾸고 엔트리에서 투수 한 명을 줄인 것이 이런 나비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황준서 대신 선발 등판한 엄상백은 무너졌고, 불펜 투수 1명이 줄면서 이번 주에만 조동욱과 정우주가 무리해서 3연투를 해야 했다. 김종수는 70개의 공을 던졌다. 결과는? 5경기 1승 4패에 선두 자리도 뺏겼다.

사실 지난주까지 한화의 올해 불펜 3연투 횟수는 총 3회에 그칠 정도로 비교적 무난히 관리가 된 편이었다. 하지만 엔트리 구성을 잘못한 채로 ‘총력전’을 천명한 결과 패배는 패배대로 쌓고 투수 관리도 실패했다.

시간을 지난 6일로 돌려보자. 황준서를 말소한 시점에서 이태양 등 추격조 자원을 보충했다면 어땠을까. 보충한 투수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엄상백 대신 정우주를 선발로 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혹은 애초에 황준서를 말소하지 않았다면 좀 나았을까.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나올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현실에 도래했다면, 팬들은 ‘If’를 찾지 않을 수 없다. 한화의 이번 패배가 바로 그 ‘최악의 경우’다. 팬들도 구단도 3연패 그 이상의 내상을 입고 말았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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