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승·2,800이닝·3,000탈삼진 넘어선 마지막 세대, 커쇼+슈어저 명품 투수전...“그가 하는 모든 일에 존경”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가히 ‘레전드급 명품 투수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경기였다.
맥스 슈어저(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첫 맞대결은 2008년 9월, 두 사람이 루키였던 시절이었다.
17년이 지난 올 해, 명예의 전당에 오를 두 거장이 다시 한번 마운드 위에서 만났다. 여섯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이번 맞대결은 큰 주목을 받았다.
두 선수는 합쳐서 사이영상 6회, 올스타 선정 19회, 월드시리즈 우승 4회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200승·3,000탈삼진·2,800이닝이라는 기록을 모두 넘어선 마지막 세대 투수로도 꼽힌다.
41세 슈어저와 37세 커쇼는 여전히 야구에 대한 투지, 지능,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둘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토론토와 다저스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슈어저는 이번 맞대결에 대해 “지금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되돌아보면 그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1회 말 슈어저는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프레디 프리먼을 삼진으로 잡았다. 이어 윌 스미스의 타구를 데이비스 슈나이더가 좌측 담장 앞에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 맥스 먼시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2회 초, 애디슨 바거의 우전 적시타로 커쇼가 먼저 실점했지만, 5회 말 슈어저가 첫 공 슬라이더를 가운데로 몰며 베츠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6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진 커쇼와 슈어저는 각각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1실점, 6이닝 6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7회 말 볼넷과 실책, 내야 땅볼을 묶어 점수를 벌렸다. 프리먼이 볼넷으로 출루해 만루를 만들었고, 스미스의 밀어내기 볼넷과 에르난데스의 희생플라이로 점수 차를 4점으로 벌렸다.
반면, 토론토는 7안타와 볼넷 1개를 기록했지만 커쇼를 무너뜨릴 길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5-1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17년 전 첫 맞대결에서도 슈어저와 커쇼는 이날처럼 모두 호투를 펼쳤다. 그때도 승자는 다저스였고, 두 선수 모두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2021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슈어저를 영입해 두 거장을 한 팀에서 지켜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그들은 무엇보다 ‘야구 선수’다. 대부분의 사람보다 경기를 훨씬 깊고 다르게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인생을 살았다면 야수로도 성공했을 선수들”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슈어저는 “커쇼와 맞대결하는 건 정말 즐겁다.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경기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해야 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커쇼를 공략하지 못했지만, 그는 정말 훌륭하게 던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이렇게 맞붙게 돼 정말 멋진 순간”이라며 “그는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함께 팀 동료로 뛰었던 경험도 좋았다. 경기 안팎에서 그는 정말 훌륭한 선수다.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온 세상의 존경을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서로를 향한 존경심은 양방향으로 흐른다. 어쩌면 이들은 야구 역사에 남을 ‘마지막 거장 투수’일지도 모른다.

한편 토론토는 이날 패배로 68승 49패가 되며 3연승 행진이 멈췄다. 반면 다저스는 67승 49패를 기록, 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격차를 3경기로 벌렸다.
사진=뉴욕 타임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