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데이비슨 대신 영입한 외국인…좌익수? ‘총알 홈 보살+다이빙캐치’ 완벽! ‘특급 외인’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다니

[SPORTALKOREA] 한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터커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영입한 선수. 알고 보니 웬만한 투수가 못 해봤을 ‘이색 이력’이 있었다.
롯데는 지난 7일 “우완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와 연봉 33만 달러(약 4억 5,700만 원)에 계약했다”라고 알렸다. 동시에 데이비슨을 웨이버 공시했다.
충격적인 영입이다. 일단 데이비슨을 내보내는 판단부터 정말 과감했다. 올 시즌 데이비슨은 22경기 123⅓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5월 하순부터 급격히 흔들려 이닝 소화력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결국 교체가 결정됐다.

영입한 선수가 벨라스케즈라는 점도 충격적이었다. 벨라스케즈는 201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했고, 2016년부터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로테이션 한 축을 오랜 기간 지켰다.
2023시즌 도중에 팔꿈치 수술을 받아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지만, 올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트리플A에서 18경기 81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로 준수했다. MLB 통산 성적은 191경기(144선발) 38승 51패 평균자책점 4.88으로 ‘특급 외인’ 칭호에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벨라스케즈의 이전 이력을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메이저&마이너 리그 통합 프로필을 보면 벨라스케즈의 포지션에 ‘좌익수’도 기재돼 있다.
사정은 이렇다. 필라델피아 시절이던 2019년 8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 경기가 연장전으로 향했다. 아직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라 투수들이 타석에 서야 했고, 자연스레 대타와 대주자, 대수비가 적극적으로 기용됐다.
13회 말 1사 1루에서 투수 잭 에플린의 희생 번트가 실패해 2사 1루가 됐다. 뒤이어 진 세구라의 볼넷으로 에플린이 2루까지 진루하자 필라델피아 벤치가 2루 대주자를 기용했다. 투수치고 발이 빠른 벨라스케즈였다. 하지만 리스 호스킨스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14회 초, 중견수 로만 퀸이 마운드에 올랐다. 좌익수 애덤 헤이즐리가 중견수로 이동했고, 놀랍게도 벨라스케즈가 좌익수로 들어갔다. 이틀 전 선발 등판해 90구를 던진지라 마운드에 설 수 없었고, 벤치에 남은 야수도 없었다.
놀랍게도 벨라스케즈는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기 시작했다. 1사 2루에서 제임스 맥캔의 타구가 좌익수 벨라스케즈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2루 주자 호세 아브레우가 홈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벨라스케즈가 완벽한 홈 송구로 아브레우를 잡아내며 팀을 구해냈다.

15회 초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2사 1, 2루에서 아브레우의 좌전 안타 때 2루 주자 레우리 가르시아가 홈으로 쇄도했다. 이번에도 벨라스케즈의 홈 송구는 깔끔했다. 가르시아가 살짝 빨라서 세이프가 됐으나 2이닝 연속으로 좋은 송구가 나왔다.
이어 엘로이 히메네스의 날카로운 타구가 다시 벨라스케즈를 향해 날아갔다. 좌익수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놀랍게도 벨라스케즈가 몸을 날려 공을 잡았다. 포구 확률 15%짜리 타구를 기가 막힌 ‘다이빙 캐치’로 건져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필라델피아는 3-4로 졌으나 이날의 주인공은 벨라스케즈였다. 벨라스케즈가 한국 무대를 밟게 되면서 외국인 ‘투수’ 가운데 MLB에서 야수로 출전해 아웃을 기록한 이력이 있는 사상 첫 선수라는 진기한 타이틀도 생겼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약 롯데가 경기 후반부 들어 남은 야수가 정 없는데 교체가 꼭 필요하다면 벨라스케즈를 외야수로 쓰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MLB 공식 유튜브 하이라이트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