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오승환이가 우는 모습은 상상도 못할끼다"...21년 여정의 끝에서 '조선의 4번타자'가 건넨 따뜻한…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천하의 오승환이가 우는 모습은 상상도 못할끼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6일 "지난 주말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유정근 라이온즈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라고 알렸다.
이로써 오승환은 21년에 걸친 프로 경력의 종착역을 바라보게 됐다. 오승환의 등번호 '21'은 삼성 구단 사상 4번째(이만수 22, 양준혁 10, 이승엽 36)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8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LionsTV'에는 오승환의 은퇴 기자회견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기자회견장 밖에서 오승환을 향한 동료들의 따뜻한 응원과 진심이 담겼다.
특히 같은 시대를 함께 달린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기자회견 전, 오승환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시원하게 한 번 울고 은퇴하자. 천하의 오승환이가 우는 모습은 상상도 못할끼다.”
짧지만 진심 어린 이 한마디는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해 온 두 레전드의 우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그는 팬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먼저 꺼냈다.
“선수 생활 21년을 마치게 됐는데, 내게 ‘21번’이라는 숫자를 의미 있게 만들어준 건 팬들이었다”며 “다른 사람에겐 그저 지나가는 숫자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뜻깊고 의미 있는 숫자가 됐다. 그건 다 삼성을 사랑해주신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즌 중에 이렇게 은퇴 기자회견을 하게 돼 팀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며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현장에는 동료들과 선후배들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이종열 단장은 오승환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은퇴 이후에도 멋진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강민호, 김재윤, 원태인 등 후배 선수들은 “같이 운동할 수 있었던 시간이 영광이었다”, “멋지게 살아온 야구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며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오승환은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몸 상태가 더 이상 100%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부터 이상 신호를 느끼며 현실을 받아들였고, 결국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 시즌 중 등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공을 아예 놓고 있진 않을 것 같다. 한 경기라도 더 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답했다.

은퇴 후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승환’ 하면 떠오르는 마무리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중 그가 가장 아쉽다고 털어놓은 건 어머니의 부재였다. “경기를 마치고 항상 응원해주시고 연락을 주셨던 어머니가 이제는 안 계시다는 게 가장 크게 다가왔다”며 “늘 곁에서 응원해주시던 어머니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착잡한 마음을 표했다.
꾸준함은 오승환 야구 인생의 핵심이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으로 “한 경기 잘했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꾸준함이 결국엔 자기 실력이다”라고 강조했다. 루틴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좋든 나쁘든 자신의 루틴을 끝까지 지켜가는 것, 그 일관성이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삼성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오승환은 “삼성의 왕조 시절을 모두 함께한 선수로서, 좋은 팀에서 뛴 것 자체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나라는 선수를 있게 해준 팀”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아직 은퇴가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인사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끝판대장’의 뒷모습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며 그를 떠나보낼 시간이다.
사진=뉴스1, 유튜브 'LionsTV' 영상 캡처,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