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 호프먼, 그리고 오승환...'세계 3위-亞 최고' 549SV 마무리 투수의 위대한 여정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KBO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위대한 업적을 쌓은 '끝판대장'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공교롭게도 그는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등번호 '21'과 같은 21번째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삼성 구단은 지난 6일 "오승환이 유정근 라이온즈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21년에 걸친 프로 경력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오승환의 등번호 '21'은 삼성 구단 사상 4번째(이만수 22, 양준혁 10, 이승엽 36)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삼성은 "KBO 및 타구단과의 협의를 거쳐 오승환의 은퇴투어를 진행하고, 시즌 말미에 은퇴경기도 마련하기로 했다"며 "오승환이 원할 경우 해외 코치 연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친구들이 먼저 데뷔하는 모습을 지켜본 오승환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동기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다.
데뷔 첫해 전반기 막판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오승환은 2005년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의 눈부신 성적으로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무려 47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2017년 데니스 사파테(소프트뱅크 호스크)가 2017년 54세이브를 달성하기 전 아시아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끝판대장'의 기록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007년 9월 18일 KIA 타이거즈전서 최소경기(180경기) 100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2009년 5월 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최연소(26세 9개월 20일)이자 최소경기(254경기)로 150세이브 고지를 정복했다.
2011년 8월 12일 KIA전에는 최연소(29세 28일), 최소경기(334경기)로 200세이브 위업을 달성했다. 그해 오승환은 다시 한번 47세이브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63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2012년 7월 1일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통산 228세이브를 달성하며 '노송' 김용수(227세이브)를 넘어 KBO리그 통산 세이브 1위로 올라섰다. 2013년까지 277세이브를 수확한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려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을 맺고 일본 프로야구(NPB) 무대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돌직구'의 위력은 통했다. 한신의 마무리를 맡은 오승환은 2014년 39세이브, 2015년 41세이브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에 올랐다.
오승환의 도전은 일본 무대에 그치지 않았다. NPB 통산 127경기 4승 7패 80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25의 기록을 남긴 그는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MLB)로 향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시즌 중반 트레버 로젠탈을 밀어내고 마무리 자리를 꿰차며 데뷔 첫해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20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2018년), 콜로라도 로키스(2018~2019년)를 거치며 MLB 통산 232경기 16승 13패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2019년 여름 한국으로 돌아온 오승환은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소화하고 2020년부터 다시 KBO리그 마운드에 섰다. 그해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64로 건재함을 과시한 오승환은 2021년부터 3년 연속(2021~2023) 30세이브(41-31-30)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여전한 경쟁력을 뽐냈다. 2023년 6월 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그는 역대 최초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해 가장 먼저 2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노쇠화 우려를 지우는 듯했던 오승환은 여름부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결국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27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준 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는 쓴맛을 봤다.
오승환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올 시즌 명예 회복을 노렸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막을 앞두고 모친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는 등 악재를 겪었고, 1군서 11경기 평균자책점 8.31로 반등에 실패했다. 결국 지난 7월 8일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2군에 내려간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KBO리그에서 15시즌을 보낸 오승환은 통산 737경기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 803⅓이닝 864탈삼진을 기록했다. 통산 세이브 2위 손승락이 271세이브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승환의 기록은 앞으로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21시즌을 뛴 그의 프로 통산 기록은 1,096경기 64승 53패 549세이브 평균자책점 2.50이다. 549세이브는 MLB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양대 산맥인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와 트레버 호프먼(601세이브)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MLB 통산 세이브 3위 리 스미스(478세이브)도 500세이브 고지는 밟지 못했다. 현역 최다 세이브를 기록 중인 켄리 잰슨(467세이브)이 그나마 기록에 다가서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았다. NPB에서는 통산 세이브 1위 이와세 히토키(407세이브)만이 유일하게 400세이브를 넘었을 뿐이다.
세계에서 단 3명,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500세이브 고지를 정복한 마무리 투수 '끝판대장' 오승환은 위대한 족적을 남기고 글러브를 내려놓는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뉴스1,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