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써라!” 오타니도 제쳐버린 이 남자, 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경기장 가득 메은 “MVP” 외침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끝내 제쳐버린 이 선수에게 대체 얼마를 줘야 할까.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5타수 3안타(2홈런) 6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슈와버는 팀이 1-3으로 밀리던 3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곧바로 우측 담장을 넘는 동점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케이드 포비치의 2구 가운데로 몰린 실투성 패스트볼을 통타했다. 비거리 427피트(약 130.1m)의 시즌 39호 홈런이었다.
슈와버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7-3으로 앞선 6회 말 2사 만루에서 들어선 4번째 타석에서 야라밀 이랄도의 2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올 시즌 40번째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했다.

8회에도 안타를 더한 슈와버를 필두로 무려 6개의 홈런을 때려낸 필라델피아는 13-3 대승을 거뒀다. 시즌 64승(48패)째를 거두며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선두 자리를 사수했다.
슈와버는 이 경기 전까지 38개의 홈런으로 오타니와 함께 NL 홈런 공동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오타니가 안타 없이 침묵한 사이 슈와버 혼자 2개의 홈런을 더 때려내며 NL에서 가장 먼저 4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슈와버는 낮은 타율과 비교적 높은 출루율, 많은 홈런을 앞세워 현시대를 대표하는 ‘장타형 OPS히터’로 꼽힌다. 리그에서 가장 부족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임에도 타격이 워낙 뛰어나 시카고 컵스를 시작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2022년 필라델피아에 합류한 뒤 제대로 폭발했다. 첫해부터 0.218의 낮은 타율에도 4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NL 역사상 최저 타율 홈런왕에 올랐다. 이후로도 2023시즌 47홈런, 2024시즌 38홈런 등 매 해 많은 홈런을 터뜨려 타선의 한 축을 세우고 있다.
올해는 주가가 더 오른다. 아직 8월 초임에도 벌써 40홈런 고지를 밟는 등 타율 0.258 40홈런 94타점 OPS 0.975로 펄펄 나는 중이다. 팀의 112번째 경기에서 40홈런을 달성한 것은 필라델피아 구단 역사상 가장 빠른 페이스다.

이에 MVP 수상 가능성도 언급된다. NL은 그간 오타니와 함께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컵스)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오타니가 압도적인 타격에 ‘투타겸업’ 메리트를 앞세운다면, 크로우암스트롱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5툴 플레이어’로써 대항마로 꼽혔다.
그런데 슈와버가 7월 이후에만 홈런 15개를 포함해 타율 0.280 OPS 1.140으로 펄펄 날며 상황이 달라졌다. 오타니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74 37홈런 73타점 OPS 0.978이다. 타율과 OPS 모두 슈와버와 큰 차이가 없다.
홈런과 타점 등 주요 지표는 슈와버의 우세다. 오타니에게 ‘투수 등판’이라는 가산점이 있다 해도 둘의 격차가 많이 좁혀진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이날 필라델피아 홈 팬들은 슈와버의 타석에서 “MVP! MVP!”를 외쳤다.


슈와버는 올 시즌을 마치고 필라델피아와 맺은 4년 계약이 끝나 FA 자격을 얻는다. 이대로라면 지난번에 맺은 4년 7,900만 달러(약 1,098억 원)의 규모는 그냥 넘길 것으로 보인다. MVP를 받는다면 몸값은 더 뛴다.
필라델피아 팬들도 SNS 등을 통해 “돈 더 줘라”라며 재계약을 촉구하고 있다. 현지 팟캐스트 ‘필리스포츠-러브 앤 페인’은 슈와버의 활약에 별다른 말 없이 ‘백지수표’ 사진 하나를 올리기도 했다. 얼마를 주고서라도 슈와버를 붙잡으라는 의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X(구 트위터) 'Philly Sports - Love & Pain'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