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블론 충격’ 신인왕 김택연을 덮친 ‘소포모어 징크스’의 진상은…‘레버리지’에서 해답을 찾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부진한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김택연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등판했으나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김택연은 팀이 2-0으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출격했다. 하지만 볼넷 2개를 내주며 주자를 쌓더니 1사 후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헌납했다.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김택연은 박신지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직 8월 초임에도 벌써 시즌 7번째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9회 초에 동점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내준 두산은 끝내 10회 초 정준재에게 결승타를 맞고 2-3으로 졌다. 이 패배로 두산의 올 시즌 성적은 42승 5무 55패(승률 0.433)가 됐다.

김택연의 올 시즌 성적은 48경기 51⅔이닝 2승 3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이다. 투고타저 흐름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평균자책점이다. 무엇보다도 7개의 블론세이브와 72.0%의 수성률은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가운데 ‘최악’이다.
지난해 60경기 65이닝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하며 신인왕을 거머쥔 김택연이다. 올스타전에도 나갈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올해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보통 부진에 빠진 선수들은 세부 기록에서 안 좋은 양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김택연의 세부 지표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와 비교해 조금 나빠지긴 했으나 낙폭이 크지 않다.

김택연은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정착한 6월 8일 이후 피안타율 0.233 피OPS 0.618 WHIP(이닝당 출루 허용) 1.28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피안타율 0.193 피OPS 0.586 WHIP 1.18로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볼넷과 삼진 지표를 보자. 지난해 마무리 정착 후 김택연은 9이닝당 탈삼진(K/9) 11.50개, 9이닝당 볼넷(BB/9) 3.75개를 기록했다. 올해는 각각 10.97개, 4.36개다. 하향세가 관측되긴 했으나 그렇게 크지 않다.
심지어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도 지난해 마무리 시절 0.349였던 것이 올해 0.265로 8푼 넘게 떨어졌다. 유의미하게 나빠진 지표는 피홈런 정도인데, 홈런 허용이 늘어난 것만으로는 ‘블론 행진’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김택연의 부진 원인을 두고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파훼된 것이라는 분석, 고교 시절 혹사로 누적된 피로가 지난해 더 쌓이면서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가 등이 공존한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지표가 있다. 상황의 중요도와 위험도를 뜻하는 ‘레버리지’다. 1을 기준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승패에 영향이 적고, 클수록 경기 향방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6 이상일 때는 ‘하이 레버리지’라고 하여 특히나 중요한 상황으로 꼽는다.
김택연은 올해 레버리지가 0.7~1.6(노멀 레버리지)일 때 피안타율 0.116, 피OPS는 0.478에 불과하다. 그런데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는 피안타율 0.253에 피OPS 0.762로 지표가 급격히 나빠진다. 심지어 지난해에도 ‘하이 레버리지’에서 흔들리는 양상이 나타났었다.
마무리 투수나 필승조 불펜은 보직 특성상 ‘하이 레버리지’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그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이 ‘특급 불펜’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실제로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마무리 투수들은 중요한 상황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일례로 한화 이글스 김서현은 ‘노멀 레버리지’일때 0.916이던 피OPS가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0.456으로 뚝 떨어진다. SSG 랜더스 조병현도 노멀 레버리지 피OPS 0.514, 하이 레버리지 피OPS 0.462로 중요한 상황에서 더 호투한다.
그런데 김택연은 정반대인 실정이다. 자연스레 결정적인 실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탓에 7회 말 이후 동점 또는 1점 차 상황을 뜻하는 ‘Close and Late’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5.76(29⅔이닝 22실점 19자책)에 피OPS도 0.712로 부진하다.

이렇듯 중요한 상황에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멘탈 문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맹활약을 했다 하더라도 김택연은 엄연히 신인급 선수다. ‘배짱’을 갖췄다고는 하나 베테랑 선수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마무리 투수가 경기 후반 접전에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다고 이를 단시간에 개선하기도 어렵다. 최악의 경우 부담이 누적돼 ‘멘탈 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신인왕 출신' 마무리의 혹독한 2년 차 부진에 두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