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불운할 수가' ERA 1.78에도 승리 없이 2패뿐...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푸른 피의 외인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뷰캐넌(David Buchanan)의 불운이 대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만 프로야구(CPBL) 푸방 가디언스 소속의 뷰캐넌은 지난 3일 열린 퉁이 라이온스와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3탈삼진 3사사구 1실점의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푸방 타선이 퉁이의 선발로 나선 '롯데 자이언츠 출신' 브록 다익손(6이닝 무실점)의 역투에 꽁꽁 묶였다. 뷰캐넌은 오히려 단 1점만 내주고도 패전 위기에 몰렸다. 그나마 다익손이 내려간 뒤 푸방이 8회 말 상대 실책을 묶어 2-1로 승부를 뒤집어 뷰캐넌은 패전을 면했다.
MLB 재도전 좌절 후 대만행 선택
뷰캐넌은 4시즌(2020~2023) 동안 삼성의 1선발을 맡아 113경기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2023년 시즌 종료 후 삼성과 재계약이 불발된 그는 친정팀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다시 빅리그 진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 후 잠시나마 메이저리그 복귀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감격스러운 복귀전(3⅓이닝 1실점)을 치른 뒤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뷰캐넌에게 더 이상 콜업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올해 1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빅리그 재도전에 나선 뷰캐넌은 트리플A서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5.28의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결국 텍사스에서 방출된 그는 꿈을 접고 대만행을 택했다.
'6경기 평균자책점 1.78' 짠물투에도 0승 '불운'
대만 진출 후 뷰캐넌은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1.78의 특급 성적을 기록하고도 승리 없이 2패만을 떠안았다. 35⅓이닝 동안 14실점을 했는데, 자책점은 절반인 7점에 불과하다.
지난 5월 푸방 가디언스와 계약을 맺은 뷰캐넌은 6월 13일 웨이취안 드래곤스를 상대로 1군 데뷔전서 5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내려왔다.
6월 20일 타이강 호크스전에서는 6⅓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불펜 방화로 승리를 놓쳤다. 6월 27일 라쿠텐 몽키스전에서는 대만 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102구를 던지며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를 펼쳤으나 또다시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7월 4일 라쿠텐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첫 패를 떠안았다.
왼쪽 손목 염증 부상으로 휴식기를 가진 뷰캐넌은 지난달 27일 웨이취안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자책점은 0점인데 3회와 4회 내야수들이 실책 2개를 저지르는 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4일 경기에서 5전 6기에 나섰던 뷰캐넌은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패전을 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돌아가고 싶어"
뷰캐넌은 지난 6월 대만 매체 'TSNA'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무대 복귀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을 떠나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가족과 함께 수년간 한국에서 살았고, 아이도 한국에서 자랐다"며 "KBO리그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뷰캐넌의 한국 복귀는 어렵다. KBO리그 복귀를 노릴 경우 보류권을 갖고 있는 삼성의 동의를 얻지 않는한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없다. 올 시즌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가 에이스로 굳건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데니 레예스의 대체 선수 헤르손 가라비토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내년을 노린다고 해도 이미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뷰캐넌에게 관심을 가질만한 구단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난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대만에서도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뷰캐넌은 어쩌면 삼성의 제안을 뿌리친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까.
사진=푸방 가디언스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