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디드 게임’도 불가하다니, 하늘이 야속한 KT…세 타자 지나서야 강우 콜드, 이것이 최선이었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KT 위즈 입장에서는 규정도 야속하고 심판진도 야속했을 씁쓸한 하루였다.
KT는 3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KT의 올 시즌 성적은 50승 4무 50패(승률 0.500)이 되며 NC와 함께 공동 6위 자리를 지켰다.
아쉬움이 짙은 경기였다. KT는 지난 7월 31일 LG 트윈스전에서 헤드샷 퇴장을 당했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아쉬움을 씻는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여기에 고영표를 8회에 투입해 2이닝을 막는 강수까지 띄웠다.

그런데 타선이 침묵했다. NC 선발 투수 로건 앨런을 상대로 6회까지 한 점도 뽑지 못했다. 8회에 안현민의 1타점 2루타로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으나 결국 동점 상황에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더 큰 문제는 10회 초에 일어났다. KT는 바뀐 투수 배재환을 상대로 장진혁의 안타와 권동진의 몸에 맞는 공 출루로 주자 2명이 나갔다. 이어 오윤석이 희생번트 작전을 성공시키며 1사 2, 3루가 됐다.
타석에는 이날 동점 2루타의 주인공 안현민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비가 거세게 쏟아지며 창원NC파크를 적셨고, 심판진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1시간 5분을 기다렸으나 비가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KT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떡 뛸 노릇이었다. 득점권에 주자 2명이 나간 가운데 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중단되더니 끝내 안현민은 타석에 서보지도 못한 채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오윤석이 희생번트를 성공한 순간 KT의 승리 확률은 70.8%까지 올랐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결과적으로 20.8%의 확률을 눈 뜨고 코 베이듯 날려 먹은 셈이 됐다.
더욱 야속하게도 이번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될 요건도 채우지 못했다. KBO 야구 규칙 제7조 2항 ‘일시정지 경기’에 따르면, 날씨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은 원정팀이 득점해 동점 또는 역전을 만든 뒤 홈 팀이 동점 또는 역전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일 때 선언할 수 있다.
만약 KT가 10회 초에 한 점을 낸 상태였다면 NC가 10회 말을 시작하지 못해 아직 동점 또는 역전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점수를 뽑지 못하고 득점권까지만 나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지 않았다.

경기 중단 시점도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이미 9회 말부터 창원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10회 초 개시를 앞두고는 당장 경기를 중단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빗줄기가 굵어졌다. 경기장 주변에 번개가 떨어졌고, 이날 밤 늦게까지 비예보도 있었다.
하지만 장진혁과 권동진, 오윤석까지 세 타석이 지나고 나서야 중단 선언이 나왔다. 하필 KT가 절호의 기회를 얻은 시점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이 곧바로 나와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 수준이었다.
KT는 이번 주 앞서 치른 5경기를 모두 지면서 급격히 침체된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역전승을 따낸다면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무승부가 됐으니 ‘이게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한 결말이었다.

사진=뉴스1, KT 위즈 제공, 유튜브 'TVING SPORTS' 하이라이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