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악연’ 이정후 또또 좌절했다→16타수 무안타 침묵...끝나지 않은 악몽, 메이저리그까지 따라온 천적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천적'을 상대로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정후는 3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뉴욕의 시티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2경기 연속 2루타를 기록하며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타율은 2할 5푼을 회복했다. OPS는 0.718로 끌어 올렸다.
기록만 놓고 보면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바로 '천적'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는 여전히 무기력했다.

이정후는 팀이 4-11로 뒤진 8회 1사 1루서 레일리를 만났다. 초구 시속 90마일(약 144.8km) 싱커에 스트라이크를 허용한 뒤, 스위퍼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레일리의 변화구에 고전했다.
6구 승부 끝에 시속 90.5마일(약 145.6km) 싱커를 당겨쳤다. 그러나 타구는 1루수에게 향했고 33피트(약 10m) 거리의 내야 땅볼에 그쳤다. 이정후는 결국 땅볼로 물러나며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레일리는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현재 메츠 불펜에서 활약 중인 레일리는 지난 2015년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해 KBO리그에서 5시즌 동안 152경기 910⅔이닝을 소화하며 48승 53패, 평균자책점 4.13의 성적을 남겼다.
특유의 투구폼으로 좌타자에게 유독 강해 리그를 대표하는 ‘좌승사자’로 군림했다. 이정후 역시 그 벽을 넘지 못했다. KBO리그 시절 레일리를 상대로 15타수 무안타 6삼진, 타율 0의 극심한 약세를 보였다.
롯데를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레일리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부진했다. '전환점'은 2022시즌이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총액 1,000만 달러(약 138억 원) 계약을 맺은 그는 60경기에서 53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 6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2.6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34세의 나이에 전성기를 열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지만, 지난해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단 8경기 출전에 그친 그는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접었고, 긴 재활에 돌입했다.
올해 메츠와 다시 1+1년 계약을 맺은 레일리는 재활을 마친 뒤 지난달 19일 마침내 빅리그 로스터에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복귀를 알렸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위력적인 구위와 경기 운영으로 여전히 빅리그에서 통하는 좌완 불펜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도 여전히 이정후를 압도하며 '좌승사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정후는 이제 KBO와 MLB를 통틀어 레일리 상대 16타수 무안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