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명→독립리그→28세 데뷔’ 인간 승리 투수, 0.6% 확률 뒤집은 ‘대역전극’ 주인공 됐다! 데뷔전서 감격의 첫 승리

[SPORTALKOREA] 한휘 기자= 드래프트에서 외면받고 굴곡진 삶을 살아온 ‘인간 승리’ 투수가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콜로라도 로키스 듀건 다넬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 경기에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다넬은 팀이 크게 밀리던 8회 초 등판해 9회까지 깔끔하게 피츠버그 타선을 정리했다. 그런데 콜로라도 타선이 8~9회에만 무려 7점을 내는 ‘드라마’를 쓰며 다넬에게 승리 투수 자격이 주어졌다.

이날 콜로라도의 경기 내용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1회부터 선발 투수 안토니오 센사텔라가 난타당했다. 오닐 크루스에게 만루포(18호)를 맞는 등 무너져 내리며 이닝을 마치지도 못하고 강판당했다. 결국 1회에만 9점을 헌납했다.
콜로라도도 1회 말 곧바로 한 점을 낸 뒤 3~5회에만 무려 9점을 몰아치는 화력으로 부지런히 쫓아갔다. 하지만 마운드가 도와주질 않았다. 4회부터 6회까지 7점이나 더 헌납했다. 7회 말 종료 시점에서 스코어는 10-16이었다.
콜로라도는 8회 말 대타 양키엘 페르난데스가 MLB 데뷔 첫 홈런을 투런포로 장식하며 4점 차로 추격했다. 마지막 희망과 함께 9회 말에 돌입했으나 선두타자 에세키엘 토바르가 데니스 산타나에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승리 확률은 0.6%로 떨어졌다.
그런데 곧바로 헌터 굿맨의 솔로포(20호)가 나오며 3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어 조던 벡이 볼넷을 고르더니 워밍 베르나벨의 1타점 3루타와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중전 적시타가 터지며 2점 차까지 추격했다. 승리 확률은 어느새 20.6%로 올랐다.

그리고 ‘골드 글러브 중견수’ 브렌턴 도일이 타석에 섰다. 초구를 지켜본 도일은 산타나의 2구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좌중간으로 총알같이 날아간 타구는 406피트(약 123.7m)를 비행해 좌중간 담장 너머 관중석에 떨어졌다. 시즌 8호 투런 홈런.
도일의 스윙 한 번에 콜로라도의 승리 확률은 단순에 79.4%가 뛰어 올랐다. 100%가 됐다. 17-16 스코어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가 완성됐다. 야구 역사상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경기가 펼쳐졌다.


워렌 셰이퍼 콜로라도 감독대행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참여한 가장 놀라운 경기였을 것”이라며 “1회에 공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0-9로 밀리고 있었다. 그걸 조금씩 따라잡았고, 끝내 역전해서 승리했다. 정말 멋진 경기였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셰이퍼 감독은 다넬을 잊지 않았다. “여기 오기까지 길고 굴곡진 길을 걷고 수없는 실패를 겪은 사나이다”라며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한테는 괜찮아 보인다”라며 웃었다.

다넬은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도 못해 독립리그를 거친 후에야 2021년 콜로라도에 입단한 ‘언드래프티’ 선수다.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았고, 올해 28세의 늦은 나이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번 피츠버그전은 다넬의 데뷔전이었다. 엄청나게 긴장될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다넬은 2이닝을 침착하게 삭제했다. 그리고 다넬의 ‘인간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콜로라도 동료들은 그에게 ‘데뷔전 승리’라는 선물을 안겼다.
다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음료 세례를 받고 “제대로 숨을 쉬려고 노력했다”라며 “말로 다할 수 없다. 이런 경기에 뛰어본 적이 없다. 팀 모두가 노력했고, 그 팀의 일원일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이스볼서번트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