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에이스’에서 ‘고척의 신’으로, ‘ERA 0.50’ 알칸타라의 어마어마한 홈 장악력…KBO 통산 50승 고지도 정복

[SPORTALKOREA] 한휘 기자= 고척의 라울 알칸타라(키움 히어로즈)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알칸타라는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8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흔들렸다. 1회를 삼자범퇴로 잘 막았으나 2회에 안타 2개와 볼넷으로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동혁을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고, 3회도 무실점으로 막으며 안정을 빠르게 찾았다.

4회부터는 ‘쇼타임’이었다. 4~5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다. 6회 선두타자 고승민을 안타로 내보냈으나 후속 타자 3명을 뜬공으로 삭제했다. 7회에도 삼자범퇴를 달성한 알칸타라는 8회에도 올라와 재차 세 타자를 지워버리며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알칸타라가 호투하는 사이 타선은 6회 말 두 점을 뽑았다. 8회까지 알칸타라가 막은 후 9회에 올라온 주승우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키움이 2-0으로 이기며 지긋지긋하던 7연패를 끊어냈다. 알칸타라는 시즌 4승(2패)째를 챙겼다.
이번 승리는 알칸타라의 KBO리그 통산 50번째 승리라 더욱 의미가 있다.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50승 고지를 밟은 선수는 그간 12명이 있었다. 알칸타라는 KBO리그 입성 후 111번째 경기에서 13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2019년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알칸타라는 27경기 172⅔이닝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9의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2020시즌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후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해 알칸타라의 성적은 31경기 198⅔이닝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였다. 다승 1위,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2위 등 모든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마크하며 투수 골든글러브와 최동원 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일본 무대 도전에 나섰으나 실패를 겪고 2023시즌 두산에 복귀했다. 31경기 192이닝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로 여전히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상이 겹치며 12경기 64⅓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으로 부진했고, 시즌 도중 방출당했다.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알칸타라였으나 한국의 부름을 받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야시엘 푸이그를 방출한 키움이 지난 5월 19일 알칸타라를 영입해 마운드 보강에 나섰다. 영입 전 멕시코 무대에서 평균자책점 7.17로 부진했기에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현재까지는 10경기 63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3.57로 성과가 괜찮다. 알칸타라에게 기대하던 이닝 소화 능력도 잘 보여주고 있다. 팀 성적도 나아졌다. 알칸타라 영입 전 15승 1무 44패(승률 0.254)로 심각했는데, 알칸타라 합류 후 14승 3무 25패(승률 0.359)로 그나마 나아졌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알칸타라의 홈-원정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올해 알칸타라의 원정 경기 성적은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7.57(27⅓이닝 25실점 23자책)로 매우 좋지 않다. 그런데 홈에서는 5경기 4승 평균자책점 0.50(35⅔이닝 2실점)으로 압도적이다.

이미 지난해까지도 고척에서 꽤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키움을 상대로 강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알칸타라 본인이 키움에 합류한 뒤에도 고척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인다. 통산 고척에서 10경기 8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원정에서 부진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현재 키움의 실정을 생각하면 홈에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고척의 신’이 되어가는 알칸타라가 시즌 끝까지 ‘에이스’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사진=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