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경기 뛰고도 KS 못 가본 손아섭, 500승 넘기고도 우승 없는 김경문 감독…‘생애 최초’ 도전하는 두 ‘베테랑’이 …

[SPORTALKOREA] 한휘 기자= 각자의 분야에서 늦은 나이에 ‘생애 최초’에 도전하는 두 베테랑이 꿈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31일 NC 다이노스와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3억원을 대가로 외야수 손아섭을 영입했다.
큰 파장을 몰고 온 트레이드다. 손아섭은 KBO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2,583안타를 기록 중인 베테랑이다. 커리어가 황혼기에 접어들었으나 올 시즌도 타율 0.300(240타수 72안타)을 유지할 만큼 컨택 능력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데다 노쇠화를 피하지 못해 장타력과 수비력이 크게 줄었다. 자연스레 팀내 입지가 애매해졌다. NC는 며칠 전 KIA 타이거즈와의 트레이드로 최원준과 이우성 등 외야 자원을 대거 영입했고, 교통 정리 차원에서 손아섭을 내보냈다.
손아섭 정도 되는 이름값의 선수가 이렇게 갑작스레 트레이드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목전에 두고 성사된 거래라 경기 도중 이적이 발표됐는데, 이날 경기 내용보다 손아섭의 트레이드 소식이 훨씬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손아섭의 한화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손아섭은 2007년 데뷔해 20년 가까이 프로 무대를 누볐으나 아직 우승은 고사하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한 적이 없다.
전성기를 보낸 롯데 자이언츠 시절에는 팀이 플레이오프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NC에 합류했으나 2023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이라는 충격을 당하며 이번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라서지 못했다.
손아섭은 1일 현재 KBO리그 통산 2,134경기에 출전해 역대 최다 출장 10위를 마크한다. 2,000경기 ‘마일스톤’을 수립한 22명의 선수 중 하나다. 그런데 그 22명 가운데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건 손아섭이 유일하다.

해외 리그 기록을 합치면 롯데 시절 선배인 이대호도 통산 2,645경기(KBO 1,971+NPB 570+MLB 104)에 나서며 한국시리즈에 못 가봤다. 하지만 NPB 시절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일본 시리즈에 출전해 우승까지 일궈냈다. ‘파이널 시리즈’ 경험이 아예 없는 손아섭과는 다른 사례다.
한화는 1일 기준 59승 3무 38패(승률 0.608)로 KBO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세긴 하지만,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따내거나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손아섭은 데뷔 19년 차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한화에는 한국시리즈가 절실한 또 한 명의 ‘베테랑’이 있다. 김경문 감독이다.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만 66세의 나이로 현재 KBO리그에 재임 중인 최고령 감독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1일 기준 KBO리그 통산 997승을 기록해 김응용, 김성근에 이어 역대 3위에 자리해 있다. 단 3승만 추가하면 1,000승 고지를 밟아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이 쓸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이런 경력에도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두산 시절 3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죄다 준우승에 머물렀다. NC에서도 2016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으나 친정팀 두산에 승리 없이 4연패를 기록하며 또 우승 반지를 얻지 못했다.

KBO리그 역사상 통산 500승 이상 달성한 14명의 감독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건 김 감독이 유일하다. 만약 올해 우승을 차지한다면 감독 경력을 시작한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 고지를 정복하게 된다.
2,000경기 넘게 뛰고도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베테랑 선수와 500승 넘게 기록하고도 아직 우승이 없는 베테랑 감독이 뭉쳤다. 오랜 기간 둘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힌 ‘무관 DNA’를 떨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남은 기간 한화의 행보에 팬들의 관심이 더 모이는 이유다.

사진=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