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6km 파이어볼러’ 행선지는 다저스 아닌 필라델피아! “가슴 아플 것”이라던 트레이드 현실 됐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메이저리그(MLB) 트레이드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마무리 투수가 결국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는다.
현지 매체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31일(이하 한국시각) “미네소타 투수 요안 두란이 필라델피아로 향한다”라며 “믹 에이블과 에두아르도 타이트가 대가”라고 알렸다.
말 그대로 ‘통 큰 투자’다. 우완 투수 에이블은 MLB 파이프라인 선정 전 구단 통합 유망주 랭킹에서 92위, 포수 타이트는 56위에 오른 선수다. 팀이 기대하던 ‘특급 유망주’를 두 명이나 내주면서 이번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이다.

그만큼 필라델피아가 두란을 강력히 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두란은 최고 시속 104.8마일(약 168.6km)의 패스트볼과 함께 고속 스플리터, 커브를 구사하는 우완 마무리 투수다. 순수 구위만큼은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MLB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2014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처음 계약했으나 2018년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2022년 데뷔하자마자 57경기 2승 4패 8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1.86이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시즌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고, 올 시즌도 49경기 49⅓이닝 6승 4패 16세이브(2블론) 1홀드 평균자책점 2.01로 호투 중이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223경기 233⅔이닝 17승 23패 74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2.47 292탈삼진이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51승 57패(승률 0.472)로 부진해 감독 경질설이 나올 정도다. 이에 연봉 조정 자격을 얻어 급속도로 연봉이 오를 예정인 두란이 트레이드 매물로 나왔다. 돈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2027년까지 기용할 수 있어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두란은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불과 수 시간 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기에 수년간 있었고 이곳을 가족처럼 느낀다. (트레이드가) 일어난다면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란의 높은 인기 탓에 이적을 피할 수 없었다.
당초 이적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 팀은 LA 다저스였다. 올 시즌 불펜진이 심각하게 부진해 두란을 데려와 뒷문을 보강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영입전에서 승리한 팀은 ‘탑 유망주’를 둘이나 제시한 필라델피아였다.
그만큼 필라델피아도 불펜 보강이 시급했다. 올해 필라델피아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33으로 다저스(4.29)보다도 높다. 중간 계투진은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이나 마무리 자리가 문제였다.

본래 ‘클로저’로 낙점한 호세 알바라도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 치명타였다. MLB 규정에 따라 알바라도는 징계에서 돌아오더라도 올해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없다. 자연스레 새 마무리를 찾아야 했다.
이에 ‘경력직’인 베테랑 조던 로마노를 기용했으나 로마노는 올 시즌 1승 4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6.81로 부진하다. 이에 다른 선수들이 돌아가며 ‘집단 마무리’ 체제를 형성한 상태다. 투수가 급하다 보니 반 시즌을 쉰 40세의 베테랑 불펜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까지 급히 영입했다.

검증된 마무리 투수인 두란이 이적하기 전의 모습을 이어 간다면 필라델피아에 큰 힘이 될 것은 자명하다. 종종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는 오라이언 커커링을 셋업맨으로 돌리고 맷 스트람-태너 뱅크스로 좌완 필승조 라인을 구축해 불펜 체계를 빠르게 다잡을 수 있다.
필라델피아는 30일 기준 61승 46패(승률 0.570)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린다. 기세를 몰아 17년 만의 월드 시리즈 우승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불펜 안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는데, 두란을 영입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