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악의 경기" 와르르 무너진 불펜...믿을 구석 없는 삼성 뒷문, 이대로 괜찮나?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올 시즌 경기 중에 최악으로 꼽히는 경기다."
삼성 라이온즈가 불펜투수들의 제구 난조 속에 올 시즌 가장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삼성은 지난 27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3-4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분명 9회 초까지 3-0으로 앞섰다. 그러나 9회 말 한 이닝에 4실점 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경기였다.
8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완벽했다. 선발 원태인이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며 7이닝 6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8회에는 구자욱의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뽑아냈다. 9회엔 강민호의 솔로포까지 터지면서 승리를 앞둔 듯했다.
그러나 9회 말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9회 등판한 이호성은 1사 후 안치영에게 몸 맞는 볼을 내줬다. 보크까지 나오며 안치영을 2루로 보냈다. 이어 조대현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후속타자 멜 로하스와의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 권동진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강백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한 점을 내줬다. 이때 KT의 승리 확률은 54.9%까지 치솟았다. 경기 흐름이 순식간에 KT 쪽으로 기울었다.
삼성 벤치는 그제야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태훈은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안현민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점수는 3-3,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볼 쇼'가 시작됐다. 김태훈은 장성우와 허경민에게 연속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제구에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KT가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얻어냈고, 삼성은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삼성 중계를 맡은 캐스터는 “말도 안 되는 경기다. 진짜 너무하다. 올 시즌 경기 중 최악으로 꼽힐 만한 경기다”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날 경기 결과는 삼성 불펜의 현주소다. 서너 점 앞서고 있어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누구 하나 제대로 던지는 이가 없다. 불펜 필승조마저 흔들리니 승부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최후의 보루로 여긴 신예 마무리 이호성도 무너졌다.

딱히 대안도 없다. 애초 마무리로 낙점했던 김재윤은 아직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올 시즌 39경기에 등판해 3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 중이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29를 찍었다.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다.
김재윤은 지난 2024시즌을 앞두고 불펜 보강을 위해 4년 58억 원의 FA 계약으로 KT에서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적 첫해에는 65경기에서 66이닝을 던지며 11홀드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09로 준수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불펜 가뭄에 시달리던 삼성에는 믿음직한 필승조 역할을 해냈다. 불안했던 뒷문을 지탱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올 시즌 데뷔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베테랑 오승환은 현재 2군에서 재활 중이다.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427개)를 기록한 ‘세이브왕’이지만, 올 시즌은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시즌 도중 뒤늦게 1군에 합류했으나,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입고 다시 전력에서 빠졌다. 복귀 시점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그의 올 시즌 성적은 커리어 최악이다. 11경기 평균자책점 8.31에 그치고 있다.
2024년부터 불펜의 허약함이 팀의 문제로 지적됐지만, 삼성은 이번 시즌 역시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95경기에서 기록한 세이브가 리그 꼴찌인 15개에 불과하다. 리그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가 28승을 거두는 동안 19세이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삼성의 마무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팀 홀드 역시 46개로 리그 7위를 기록한 삼성은 불펜의 허약함이 역전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믿을 구석 없는 불펜은 이제 삼성의 가장 큰 불안 요소가 됐다. 특히 이날 경기는 패배 이상의 충격이자, 시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경고음이다.
삼성은 이번 주 선두 한화 이글스, 2위 LG 트윈스를 잇달아 상대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사진=뉴스1,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