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에서 뛰는 걸 사랑해 왔지만, 비즈니스 측면도 이해한다" 정든 팀과 이별 앞둔 KBO 역수출 신화 …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 투수 메릴 켈리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번 등판은 어쩌면 그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등판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6시즌 반 동안 본인의 야구 커리어를 송두리째 바꿔준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고 나선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켈리는 이날 6⅔이닝 6피안타 1자책점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호투를 펼쳤다. 2회 말 3루수 에우헤니오 수아레스가 실책을 범한 뒤 오닐 크루즈에게 2점 홈런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무실점 경기를 펼칠 수도 있었다.
켈리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는 0-2로 패하며 그는 패전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타선이 마지막까지 단 한 점도 터트리지 못하며 영봉패를 당했다.

이번 경기가 켈리의 애리조나에서의 마지막 등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부족한 팀 성적 때문이다. 애리조나는 현재 51승 55패(승률 0.481)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4위에 위치했다. 와일드카드 경쟁권과의 격차는 6경기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다.
이에 애리조나는 최근 본격적으로 '셀러' 모드로 전환해 FA까지 반년 남은 선수들을 모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팀의 1루수 조시 네일러와 베테랑 외야수 랜달 그리칙을 각각 시애틀 매리너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떠나보냈다. NL 홈런 2위에 오른 수아레스와 선발 투수 잭 갤런, 그리고 켈리도 처분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이번 시즌 사실상 애리조나의 1선발 역할을 맡은 켈리는 22경기에 나서 9승 6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해 사실상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번 시즌 연봉이 700만 달러(약 97억 원)밖에 되지 않는 그는 잔여 연봉에 대한 부담도 적어 현재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 투수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롯해 뉴욕 메츠도 관심을 보인다.
이제는 전 동료가 된 그리칙의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뒤 켈리는 ESPN을 통해 "다음 며칠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라며 애리조나와의의 이별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여기서 뛰는 것을 항상 사랑해 왔으나, 야구계의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이해한다"라며 애리조나에 대한 애정과 이 팀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애리조나는 켈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기억을 안겨 준 무대나 다름없는 곳이다.
지난 2014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단 1경기도 던지지 못한 그는 2015시즌을 앞두고 KBO 무대에 문을 두드렸다.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4시즌 동안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마지막 시즌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그는 메이저리그로 전격 복귀를 선언하며 애리조나와 4년 1,450만 달러(약 201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후 그는 한 차례 연장 계약을 맺으며 6시즌 반 동안 162경기에 나서 62승 50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했다. 지난 2023시즌에는 월드시리즈에도 출전해 1승 평균자책점 1.29를 찍어 해당 시리즈 팀의 유일한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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