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불멸’로 남은 이치로와 MLB 전설들, 명예의 전당 문 열었다…“준비에 믿음을 가지면 스스로의 의심도 극복할 수 있어”

[SPORTALKOREA] 한휘 기자= “(스스로의) 준비에 믿음을 가지면 의심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스스로의 의심도요.”
메이저리그(MLB)의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이 영원한 이름으로 남았다.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의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HoF)에서 올해 새롭게 입성하게 된 전직 선수들을 위한 헌액식이 거행됐다.
올해는 5명의 전설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로 선정된 스즈키 이치로와 CC 사바시아, 빌리 와그너, 그리고 베테랑 위원회의 투표로 이름을 올린 데이브 파커와 딕 앨런이다.

가장 큰 주목을 모은 이름은 역시나 이치로다.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NPB) 무대를 평정하고 2001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MLB 도전에 나섰다. 여러 기대와 우려가 오갔으나 첫해부터 타격왕-도루왕 2관왕에 올라 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로도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이자 특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우익수로 2000년대를 풍미했다. 2010년대 이후 나이를 이기지 못해 기량 하락이 찾아왔음에도 빼어난 자기관리를 통해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 등을 거치며 2019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이치로는 MLB 역대 25위에 해당하는 통산 3,089안타를 비롯해 2,653경기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 OPS 0.757을 기록했다. 이 외에 아메리칸리그(AL)에서 10회 연속 올스타 선정, 10년 연속 골드 글러브 수상, 실버 슬러거 3회, 타격왕 2회 등의 족적을 남겼다.
은퇴 후 5년이 지나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부터 후보군에 포함됐다. 입성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만장일치 여부도 주목됐으나 394표 가운데 딱 1표가 모자랐다. 그래도 외야수 역대 최다 득표율인 99.7%를 기록하며 쿠퍼스타운행 티켓을 받았다. 아시아인 역사상 최초다.

헌액식에 참석한 이치로는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기자를 향한 저녁 식사 초대는 오늘 부로 만료됐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MLB에 도전하는 첫 일본인 야수가 됐을 때 많은 의심과 비판을 받았다. 누군가는 ‘나라를 부끄럽게 하지 마라’라고 말하기도 했다”라며 “아내 유미코가 나를 지지하고 북돋아주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19년 동안 만난 가장 꾸준한 ‘팀메이트’였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작은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면 한계는 없다”라고 강조한 이치로는 “날 봐라. 5피트 11인치(약 175cm)에 170파운드(약 79kg)다. 미국에 왔을 때 메이저리거들과 경쟁하기엔 너무 말랐다고 다들 말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처음 경기장에 나섰을 때 경외감마저 느꼈다. 하지만 (스스로의) 준비에 믿음을 가지면 의심을 극복할 수 있다. 심지어 스스로의 의심마저도”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함께 입성한 사바시아는 2001년 데뷔해 19시즌 동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뉴욕 양키스에서 뛰며 통산 561경기 3577⅓이닝 251승 161패 평균자책점 3.74 탈삼진 3,093개를 기록한 좌완 투수다.
사이 영 상을 받은 2007시즌을 빼면 단일 시즌 임팩트가 압도적인 편은 아니지만, 늦은 나이까지 꾸준하게 활약하며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250승-3,000탈삼진을 달성했다. 이에 올해 첫 투표에서 86.8%의 지지율로 입성에 성공했다.

와그너는 178cm의 작은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를 앞세워 좌완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1995년 데뷔해 통산 853경기 47승 40패 422세이브 평균자책점 2.31의 기록으로 MLB 통산 세이브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2016년부터 명예의 전당 투표에 도전한 와그너는 올해를 끝으로 후보 자격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득표율이 상승하더니 올해 마지막 투표에서 82.5%의 득표율을 받아 극적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베테랑 위원회 투표로 선정된 파커와 앨런은 이미 고인이 돼 이번 행사에는 가족이 대신 참석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레전드’ 파커는 지난 6월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앨런은 2020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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