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으로 사라진 25억’ 키움 최초 영입, 이대로 ‘먹튀’ 전락하나…‘인간승리’ 신화도 나이 앞에 장사 없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키움 히어로즈 역사상 실질적인 첫 외부 FA 영입생이 이대로 최악의 ‘먹튀’로 전락하고 마는 걸까.
키움 원종현은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했으나 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원종현은 팀이 6-7로 밀리던 8회 말 마운드에 섰다. 더 이상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 팀의 9회 역전 발판을 놓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1사 후 김휘집에게 안타를 맞고 김형준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렸다.
뒤이어 서호철에게 절묘한 코스로 떨어지는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여기에 김주원의 먹힌 타구가 중견수 바로 옆 절묘한 코스에 떨어지는 불운까지 겹쳤다. 원종현은 최정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헌납했다.
결국 키움 벤치는 원종현을 강판하고 이준우를 투입했다. 이준우가 2사 후 승계 주자들을 죄다 불러들이고 무너지면서 원종현의 실점은 5점으로 늘었다. 8회에만 9점을 헌납한 키움은 7-16이라는 굴욕적인 스코어로 대패했다.

안타까운 부진이다. 원종현은 NC 시절 ‘인간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선수였다. LG 트윈스 시절 부상으로 고생하다 방출당한 뒤 자비로 팔꿈치 수술을 받고 NC에 합류했다. 대장암을 극복하고 팀 핵심 불펜진으로 활약했고, 마무리 투수를 맡은 2020년 NC의 우승을 함께 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만 35세의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었으나 놀랍게도 키움이 4년 총액 25억 원에 원종현을 영입하며 팀을 옮겼다.
키움 역사에 남을 영입이었다.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키움이 FA 시장에서 타 팀 선수를 영입한 것은 2011년 이택근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택근은 본래 히어로즈에서 뛰다가 트레이드로 이적한 선수를 다시 데려온 것이라 다소 차이가 있다. ‘순수 외부 FA’는 원종현이 최초였다.

그러나 원종현은 이적 첫해부터 20경기 1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5.79로 부진하더니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부상 여파로 2024시즌에도 4경기에만 출전했다.
원종현은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5월까지 평균자책점이 6점대를 넘나드는 등 부진했으나 6월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2실점)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이때도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1.50에 달할 정도로 세부 지표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달 들어 피안타도 줄이면서 본 모습을 찾는 듯했지만, 친정팀 NC를 상대로 충격적으로 무너지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올 시즌 성적은 41경기 37이닝 1승 2패 4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5.59다.

나이와 부상의 여파는 피할 수 없는지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무뎌졌다. 전성기 원종현의 9이닝당 탈삼진(K/9)은 7~9개를 넘나들었으나 올해는 5.6개에 불과하다. 이미 38세의 ‘노장’이라 반등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아무리 ‘인간승리’의 원종현이라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긴 어려워 보인다.
원종현이 키움에 이적한 뒤 3년간 기록한 누적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스포츠투아이 기준 -0.68이다. 차라리 등판하지 않은 것이 팀 승리에 도움이 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키움의 과감한 25억 투자는 성과 없이 허공으로 사라질 판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