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라운드 지명→WS 우승’ 신화 쓴 저니맨 불펜 투수, 18시즌 커리어 마치고 은퇴…“기대 이상이었잖아”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42라운드에 지명된 후 월드 시리즈(WS) 우승까지 일궈낸 베테랑 불펜 투수가 유니폼을 벗는다.
제시 차베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야구 전문 방송 ‘파울 테리터리’와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계속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시간이다. 인생의 다음 챕터에 집중할 것”이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차베스는 ‘하위 라운더 신화’를 쓴 대표적인 선수다. 2002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42라운드 전체 1,252순위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명됐다. 현재는 드래프트가 20라운드까지만 진행되기에 더 이상 볼 수 없는 지명 순위다. 그런 선수가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MLB를 대표하는 ‘저니맨’이기도 하다. 2008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데뷔한 이래 로 무려 9팀을 돌아다니며 총 15번의 이적을 기록했다. 트레이드도 10번이나 경험해 이 부문 MLB 역대 1위에 올라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궂은일을 도맡던 차베스는 2018년 34세의 늦은 나이로 ‘커리어 하이’를 새로 썼다. 텍사스와 시카고 컵스에서 62경기 95⅓이닝 5승 2패 5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55로 호투했다. 그러나 이때 무리한 탓인지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2021년 4월 애틀랜타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6월 말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하더니 30경기 33⅔이닝 3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2.14로 호투해 투수진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주로 추격조로 나서며 7경기 6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0’을 유지했다. 차베스의 활약은 애틀랜타가 2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적잖은 힘이 됐다. 37세의 나이로 정상에 섰다.

차베스는 이후 여러 차례 유니폼을 갈아입었으나 결국 애틀랜타에서 가장 오래 뛰었다. 본래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계획이었으나 현역 연장을 선언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하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후 방출됐고 애틀랜타와 다시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차베스는 4월 1일 MLB 로스터에 복귀했으나 단 하루 만에 DFA 조처됐다. 4일에 방출 처리됐으나 5일 마이너 계약으로 재계약했다. 이후 4월 24일 다시 콜업됐으나 또 1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차베스는 또 돌아왔다. 5월 2일 애틀랜타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이후 트리플A에서 활동하다가 7월 7일 다시 MLB 로스터에 등록됐다. 2번 방출되고 2번 재계약해 빅리그로 돌아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데인 더닝이 트레이드로 영입됨과 동시에 3번째로 방출 처리되는 신세가 됐다. 차베스는 고심 끝에 41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하며 18시즌 간 이어온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통산 657경기(85선발) 1142이닝 51승 66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의 기록을 남겼다.
차베스는 “좋은 선수 생활이었다. 42라운드에 지명된 것치고는 기대 이상이었다”라며 “여전히 공을 던질 수 있지만, 내 인생의 멘토인 대학 시절 코치와 이야기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파울 테리터리 공식 X(구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