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다저스 시절 후 처음이라니, KIA에서 애매했던 그 선수가? 2,572일 만의 8이닝 호투, 토론토 파죽지세 견인

[SPORTALKOREA] 한휘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뜨거운 7월을 이끄는 선수는 다름 아닌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다.
토론토 에릭 라우어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AL) 전체에서 3번째로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디트로이트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실제로 1회부터 자마이 존스에게 선제 솔로포(4호)를 맞으며 리드를 빼앗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회 딜런 딩글러에게 2루타를 맞은 것을 끝으로 라우어는 한동안 디트로이트 타자들을 득점권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4회에 맷 비얼링을 삼진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11타자 연속 범타 행진도 이어갔다.
8회에도 등판한 라우어는 딩글러와 하비에르 바에스에게 안타를 맞으며 마지막 고비에 몰렸다. 하지만 트레이 스위니와 존스를 연달아 루킹 삼진으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토론토는 11-4 대승을 거두며 후반기 7경기에서 6승 1패라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세의 선봉에 있는 선수가 라우어라는 것을 알면 국내 야구팬들은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라우어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6시즌 간 120경기에 등판하며 통산 36승 37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한 검증된 투수다.
하지만 2023시즌 부진하면서 빅리그 경력이 잠시 끊겼다. 이에 2024시즌 도중에 KIA에 합류했다. 우승에 도전할 마지막 퍼즐로 KIA가 야심 차게 영입했으나 성과는 애매했다. 7경기 34⅔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에 그쳤다.
그나마 한국시리즈에서 나름 호투하며 우승에 힘을 보태긴 했으나 KIA는 끝내 제임스 네일-아담 올러로 선발진을 구축하며 라우어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라우어는 토론토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고, 5월 1일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했다.

반전이 시작됐다. 라우어는 대체 선발과 추격조 역할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투수진의 활력소 노릇을 했다. 여기에 기존 선발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6월 1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부터는 아예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올 시즌 라우어의 성적은 16경기(10선발) 69이닝 6승 2패 평균자책점 2.61이다. 선발 로테이션 합류 후에는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93(43이닝 14실점)으로 여전히 좋은 투구를 펼친다. 더구나 이번에는 8이닝을 소화하며 토론토 이적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라우어가 마지막으로 8이닝을 소화한 것은 샌디에이고 소속이던 2018년 7월 11일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당시 라우어는 류현진이 뛰고 있던 LA 다저스를 상대로 8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로부터 무려 2,572일 만에 라우어는 8이닝을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됐다.
라우어가 추격조로 뛰던 6월 11일 기준 토론토는 37승 30패(승률 0.552)로 AL 동부지구 2위에 그쳤다. 그런데 라우어가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타선의 상승세가 겹치면서 6월 12일 이후 24승 12패(승률 0.667)로 ‘폭주’ 중이다. 라우어의 호투가 토론토의 질주에 한몫하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