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정후가 선발인가” 샌프란시스코의 ‘땅볼 사랑’, 팬들은 기가 찬다…진짜 문제는 질 낮은 타구

[SPORTALKOREA] 한휘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땅볼 사랑’에 현지 팬들의 반응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은 25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교타자 위주로 타선을 보강하는 것에 관한 질문에 “인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포지 사장은 “내가 현역 시절 플레이오프에서 뛸 당시 인플레이 타구를 날려 수비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라며 “플레이오프에서는 수준 높은 투수들을 만난다. 특히 우리 구장에서는 시속 105마일(약 169km)이 넘는 좋은 각도의 타구가 홈런이 안 되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한 땅볼 타구를 날리고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강요하는 것이 우리 경기장에서는 더 득이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는 홈런이 잘 안 나오는 ‘투수 친화 구장’이다. 최근 3년 평균 홈런 파크 팩터(구장이 투수와 타자 중 어디에 유리한지 나타내는 지표)가 80에 그쳐 MLB 30개 구장 가운데 2번째로 낮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땅볼 타구 비율이 39.6%에 그쳐 리그에서 4번째로 낮다. 구장 특성을 고려했을 때 땅볼을 늘리면 팀 타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러한 땅볼 위주 타격이 현대 야구를 역행하는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 시즌 MLB 전체를 놓고 봤을 때 105마일이 넘는 속도의 뜬공 타구는 타율 0.843 OPS 4.064를 기록했다. 땅볼은 타율 0.449 OPS 0.943으로 차이가 크다.
심지어 이는 경기장을 가리지 않는다. 오라클 파크에 한정해도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105마일 이상의 뜬공 타구는 타율 0.915에 OPS 4.315를 기록했다.
포지 사장의 발언에도 어폐가 있다. “105마일 이상 타구가 홈런이 안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오롯이 ‘홈런’만을 가리키는 것이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2루타나 3루타 등 장타가 나온다면 단타보다 훨씬 이득이 된다. 따라서 뜬공보다 땅볼이 더 도움이 된다는 평가는 비약이 심하다.

오히려현재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부진한 근본적인 원인을 비껴간다는 점에서 문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8.8마일(약 142,9km)로 내셔널리그(NL)에서 3번째로 낮다.
게다가 ‘하드 히트(속도 95마일 이상)’ 비율은 37.7%로 뒤에서 2번째다. 타구가 땅볼이냐 뜬공이냐를 논하기 이전에 애초에 타구의 질이 너무 좋지 않다. 이 수준이라면 어떤 타구가 나오더라도 아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포지 사장의 발언에 이정후도 소환당했다. 한 샌프란시스코 팬은 포지 사장의 말을 인용해 “그래서 이정후가 선발로 꾸준히 뛰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올 시즌 이정후의 땅볼 타구 비율은 43.0%로 팀 평균보다 높다. 어떻게 보면 포지 사장의 타격 이론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셈이다. 하지만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7.3마일(약 140.5km)로 리그 평균(89.4마일)에 못 미친다. 선수 개별로 보면 251명 중 212등으로 하위 20% 수준이다.
이런 저열한 타구의 질은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정후는 4월까지의 기세를 잃고 부진하며 현재 타율 0.246 6홈런 41타점 OPS 0.705로 부진하다. 포지 사장이 원하는 타격을 하는 데도 기록이 좋지 않으니 팬들도 포지 사장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이정후를 꺼내 온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